함께 걷는 길[이정향의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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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래브라도리트리버 혈통이지만 엄마가 일반 개라서 맹도견(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퀼은 여느 개답지 않은 느긋함과 진득함으로 맹도견 시험을 통과한다.
오지랖이 넓고 소리에 민감하며 사소한 변화에도 들뜨는 개다운 특성을 지니지 않은 점이 퀼의 장점이자 맹도견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주인은 3년 만에 지병으로 쓰러지고, 퀼은 다시 훈련원으로 돌아간다.
내 못난 점을 개의치 않고 무조건 사랑해 줄 거라는 확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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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와 접촉이 힘들수록 반려동물의 인기가 치솟는다. 내 못난 점을 개의치 않고 무조건 사랑해 줄 거라는 확신 덕분이다. 데뷔작을 찍을 때 가을 한 철을 동물원에서 보냈다. 쌍봉낙타에게 치근대다가 차이고, 원숭이한테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감히!’ 몹시 불쾌했다. 하지만 어린 백호와는 달랐다. 내 손을 입안에 통째로 넣고 놀았다. 아니, 내가 통째로 맡겼다. 내겐 개나 새끼 호랑이나 별반 다르지 않기에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아프게 물기도 했지만 ‘감히’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교감이다. 인간관계에서 얻기 힘들수록 동물에게 집착한다. 동물은 과거의 원망에 잡혀 있지도, 미래의 걱정에 앞발을 담그지도 않고 현재에 충실하다. 인간의 희망 사항을 모은 듯하다.
주인은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힘을 모아 퀼을 만나러 온다. 몇 걸음밖에 같이 못 걷지만 퀼에게는 뜻깊은 작별 인사가 된다. 퀼은 새 주인을 만나는 대신 훈련원에서 시범견으로 일한다. 열 살이 되자 은퇴하고, 어린 시절의 위탁 부모에게 돌아간다. 도쿄에서 태어난 퀼의 12년 삶을 출생부터 마지막까지 담은 사진첩이 원작이다. 재일 한국인 최양일 감독이 연출했다. 주로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었기에 놀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출은 장르가 달라도 여전히 빛난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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