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공수처 2기에 바란다

2024. 3. 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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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수장은 수사·조직관리 전문가 뽑아야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내고 법 보완도 시급

오랜 진통 끝에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2명이 선정되었다. 대통령이 최종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3년 임기의 2기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위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을 허문 헌정사적 사건’으로 자화자찬한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이었지만 지난 1월 임기를 마친 김진욱 공수처의 3년 성적표는 처참하다.

3년간 600억원의 예산과 25명의 공수처 검사, 수사관 40명을 투입했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에 불과했다. 그중 2건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출범 직후부터 공수처장의 리더십 부재, 정치적 편향성과 인사전횡, 부실한 수사력 논란이 이어졌고 과연 무엇을 위한 공수처인지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새롭게 출범할 2기 공수처의 미래도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김종민 S&L 파트너스 변호사
지난 공수처 파행의 1차적 원인은 인사 문제에 있다. 검찰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입법과정에서 검사 출신이 50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했고 수사와 조직관리 경험이 전무한 판사 출신을 공수처장과 차장으로 임명한 것이 실패의 시작이었다. 공수처 검사의 평균 수사경력도 2.2년에 불과했다.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오랜 경험을 갖춘 특수부 검사도 어려운 분야인데 초보 검사들에게 맡겨놓았으니 성과없는 공수처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초래한 내부갈등은 공수처 부장검사의 ‘정치적 편향과 인사의 전횡’이라는 언론 기고로 최고조에 이르렀고 13명의 최초 임용검사 중 11명이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났다. 따라서 차기 공수처장은 수사와 조직관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임명해야 하고 공수처 조직과 수사인력 전반을 쇄신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차기 공수처의 두 번째 과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규모 조직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의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2021년 22억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2만4639건을 접수해 1만904건을 기소했으니 결코 인력과 예산 탓만 할 수 없다. 한정된 인력과 조직으로 공수처에 접수되는 수많은 고소고발 사건과 자체 인지사건을 모두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치적 사건이나 직권남용 등을 지양하고 도입 취지에 맞게 일 년에 몇 건이라도 고위공직자 부패사건이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출범 초기 피의자로 입건한 12건 중 4건이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고발한 사건이어서 대선 개입 논란을 자초했던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입법과정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법의 제도적 허점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지난해 11월 공수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감사원 3급 공무원에 대한 공소제기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증거수집과 관련 법리 검토가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공수처가 관련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수리를 거부하면서 사건은 허공에 뜬 상태로 남아 있다. 최근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도 논란이다.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범죄를 불기소 처분할 경우 사건을 검찰로 이송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법무부가 공수처법에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난맥상만 보여준 공수처는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위헌 소지가 여전하다.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 경찰과의 협력 체계도 미흡하다. 공수처를 폐지하고 검찰, 경찰의 특별수사체계와 통합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만 존속은 2기 공수처 스스로에 달려 있다. 그동안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고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 국민의 공수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차기 공수처장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김종민 S&L 파트너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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