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딸기·썩은 멜론…일조량 부족 피해에 농가들 '한숨'
[앵커]
지난겨울에는 남부지방에 유독 비가 자주 내렸는데요.
일조량이 부족했던 탓에 시설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겨울 작물들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있는데, 농민들은 막막합니다.
김경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딸기를 키우는 전남 담양의 시설 하우스입니다.
한창 자라고 있는 딸기에 곰팡이가 피어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막 생긴 과실은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꽃에도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수확할 수 있는 딸기는 5개 중 1개도 되지 않았습니다.
농장에서는 이렇게 곰팡이가 핀 딸기를 매일같이 솎아내고 있는데요, 농장 구석구석에는 이런 딸기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담양 딸기 재배 농가 360㏊ 대부분에 같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월 일조량이 부족해 잿빛곰팡이병 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현술 / 딸기 재배 농민> "딸기만 단독으로 47년을 해오는 과정에서 이런 일조 부족을 겪은 건 처음(있는) 일입니다. 농장을 운영해나가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한데 갑갑합니다."
수확을 20여일 앞둔 멜론이 썩고 짓물렀고, 줄기에도 곰팡이가 피고 말랐습니다.
시설 하우스 전체에서 피해가 발생해 수확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박상민 / 멜론 재배 농민> "날씨는 저희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겨우내 이제 기름 막 천만 원씩 써가면서 키웠는데… 다 갈아엎어서 착잡하죠."
지난 2월 광주·전남에서 비가 내린 날은 15.2일로, 평년의 2배가 넘습니다.
지난달 18일부터는 8일 연속 비가 쏟아지면서 해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일조시간도 113시간으로, 평년 대비 66%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남에서만 딸기와 멜론 등 800㏊가 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농민들은 일조량 부족에 의한 자연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철문 / 멜론 재배 농민> "천재지변인데 아직 그런 선례가 없다 보니까 저희 농가들이 천재지변에 의한 보험을 못 받는 실정입니다."
전남도는 추가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정부에 농작물 재해 인정을 건의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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