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신축 빌라·오피스텔이 끌어올린 ‘월세 폭탄’

심윤지 기자 2024. 3. 5. 2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실 없고 고수익에 집중 공급…구축 시세까지 ‘상승 도미노’
3년간 월세, 신축 빌라 63%·오피스텔 20% 오르며 임대료 폭등 견인
시민단체 “청년 세입자들, 임대수익 극대화 위한 땔감으로 타 들어가”

2020년 이후 준공된 신축 빌라·오피스텔들이 서울 대학가의 월세 시세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신축 빌라 월세가 최근 3년간 63% 뛰며, 구축 빌라 대비 9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5일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월세는 2021년 51만8000원에서 2022년 53만4000원, 2023년 58만6000원으로 3년간 13% 올랐다. 서울 소재 22개 대학가의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전용면적 10평(33.3㎡) 이하 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다. 보증금은 전월세전환율 6%로 환산한 뒤 월세와 합산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다가구(12.7%)보다 연립·다세대(17.1%)와 오피스텔(17.7%)의 월세 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2020년 이후 준공된 신축의 월세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준공 3년 이내 빌라(연립·다세대) 월세는 2021년 62만6000원, 2022년 81만3000원, 2023년 101만9000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3년간 상승률은 62.8%에 달했다. 같은 기간 2010~2019년 준공된 빌라는 8.9%, 2000~2009년 준공된 빌라는 7.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준공 3년 이내 오피스텔 역시 2021년 80만원에서 2023년 96만3000원으로 20.3% 올랐다. 반면 2010~2019년 준공된 오피스텔은 10.0%, 2000~2009년 준공된 오피스텔은 10.3% 상승했다. 대학가 원룸의 평균 상승률(13%)을 뛰어넘은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이 전체 월세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최대 월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보니 대학가 인근에는 신축 빌라·오피스텔이 집중 공급되는 추세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월세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이대역 인근에서는 2020년 이후 최소 23곳의 신축 빌라·오피스텔이 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이대 앞 신축 원룸 월세는 적게는 90만원에서 많게는 190만원까지 다양했다.

인근의 강현우 공인중개사(스타게이트부동산)는 “새 학기 시작 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의 신축 매물은 거의 빠진 상태다. 월세 110만원 이상 매물만 남아 있다”며 “100만원 넘는 월세도 잘 나가다 보니 2년 전부터 신축 빌라·오피스텔이 급격히 늘었다. 이로 인해 구축 시세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대역 인근 신촌자이엘라 오피스텔 전용면적 32.1㎡는 2014년 준공된 준신축인데도 최근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월세 100만원에 육박하는 신축급 빌라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주거 환경은 열악한 구축 빌라로 청년들의 선택지가 양극화되는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적극적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임대차 계약 시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표준임대료 기준 도입 등을 제22대 총선 정책으로 제안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세입자들이 부동산의 상업적 개발과 임대수익 극대화를 위한 땔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임대료에 대한 기준과 적정 임대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청년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