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집단행동’ 조짐… 33개 의대 교수협, 복지부 소송 제기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했는데도 대학들이 정원을 더 늘려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 조짐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집단 사직까지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긴급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은 전날 마감한 대학 본부 측의 의대 정원 증원 신청과 전공의 징계에 반발해 공동 성명을 내고, 삭발식을 단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의대 강의와 병원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이 떠나고 인턴들도 임용을 대부분 포기한 가운데 그동안 병원을 지키던 ‘빅5병원’의 전임의(펠로)들도 속속 병원을 떠나며 의료 현장은 엎친데덮친격으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처럼 집단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대학의 의대 증원 결정이 이뤄지지 전부터 반대 뜻을 밝혀왔다.
지난 1일 교수협의회는 각 대학 총장을 향해 4차 성명서를 내고 의대 정원 수요 조사 자체가 교수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아 정책 근거로 쓰일 수 없으니 총장들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1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하면서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여기에 덧붙여 정부가 복귀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 복귀를 거부한 전공의에 대해 대규모 행정처분과 사법처리를 예고하면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와 실제 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정원의 3배 가까운 140명 증원을 신청한 대학 본부의 결정에 반발해 이날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교수들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에선 교수들 77.5%가 사직이나 겸임 해제에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잇따랐다. 앞서 4일 윤우성 경북대 혈관 외과 교수가 공개적인 사직의사를 밝힌데 이어 배대환 충북대 심장내과 교수도 이날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배 교수는 SNS에 올린 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열린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학년도 의대 22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고등교육법상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결정이 무효라는 게 의대 교수협의회의 주장이다. 복지부 장관의 증원 결정이 무효이므로, 이를 통보받아 교육부 장관이 행하는 후속 조치 역시 무효가 된다는 논리다. 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견 수렴을 전혀 하지 않아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에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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