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침투'에 토종 이커머스, 우수판매자 모시기 '맞불'

전성훈 2024. 3. 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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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지원·수수료 인하 등으로 구애
가격 경쟁에 더해 상품 차별화에 매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무서운 속도로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에 맞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가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우선 차별화 상품 혹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상품을 보유한 판매자를 유치해 알리의 초저가 물량 공세에 맞불을 놓으려는 전략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마켓은 오는 5월부터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 광고비를 지원하는 등 입점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

G마켓은 오픈마켓 판매자가 부담하는 비용에서 광고비 비중이 꽤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마켓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우수 판매자를 다수 유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G마켓은 또 입점 판매자 마케팅을 돕고자 다음 달부터 판매 통계서비스를 개편해 상품평과 키워드 중심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G마켓·옥션의 간판 특가딜 코너인 '슈퍼딜'과 '올킬'에 참여할 기회도 확대한다.

[11번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각 카테고리 매니저가 자체 기준에 따라 참여 상품을 선정하던 방식을 판매자 신청제로 바꿨다.

최종 참여 상품은 품질과 가격경쟁력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입점 판매자 누구나 고객 노출도와 매출 효과가 큰 판촉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는 셈이다.

G마켓은 2019년부터 동결 중인 '오픈마켓' 판매 수수료도 당분간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11번가는 독보적인 상품과 브랜드를 보유한 '오리지널' 판매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판매자에게 상품 주문 금액이 1천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수수료 제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판매자는 입점 초기 수수료 부담 없이 고스란히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 이후 수수료율도 카테고리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6%에 불과하다.

11번가는 오리지널 판매자 플랫폼 경쟁력 제고 효과가 크다고 보고 이를 널리 알리는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30초 안팎의 짧은 동영상(숏폼)으로 쇼핑 콘텐츠를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 '플레이'를 활용한 오리지널 상품·브랜드 홍보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을 보유한 이커머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티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 티몬은 2019년 8월 이후 창업한 판매자가 입점하면 최대 60일간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상품·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생 판매자가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올려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티몬의 간판 프로모션인 '파워딜'에 상품을 노출한 판매자의 마케팅 비용 최대 50%를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인터파크커머스는 국내 판매자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유치 전략을 쓰고 있다. 해외 판매를 희망하는 입점 판매자는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큐텐의 해외사이트에 상품이 자동 등록된다.

장기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 확대를 감수하면서까지 판매자 유치에 몰두하는 것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같은 대형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까지 가세하며 한층 치열해진 생존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입점·판매수수료 '0원' 정책을 내세워 국내 판매자를 빠르게 빨아들이는 알리익스프레스는 기존 생활용품에 더해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으로 상품 구색을 넓히며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대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홍보·대관·영업·상품기획 등 각 부문 인력을 크게 늘리는 한편 모기업 알리바바와 함께 쓰는 남대문 인근 한국 본사 사무실도 강남으로 단독 이전을 검토하는 등 현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이들의 시장 진입으로 가격 경쟁만으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우수 판매자 유치를 통한 차별화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게 국내 업체의 전략이다.

[롯데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이 지난 4일부로 카메라, 게임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가전 일부 카테고리의 판매 수수료를 9%에서 5%로 일괄 인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력 있는 판매자 유치를 위해 수익까지 일정 부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롯데온은 일단 한정된 품목에서 수수료율 인하의 효과를 확인한 뒤 이를 다른 카테고리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을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 경쟁 영역이 가격에서 상품 차별화로 확대하는 모양새"라며 "이들 업체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와 맞물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우수 판매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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