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중 '군사 기밀 유출' 사건에 연일 공세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주장, 짜맞추기식 논거로 호도" 반박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군사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직접 포착했다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날에는 관련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미 검찰 등의 수사로 결론이 난 사안을 짜맞추기식 주장과 논거로 호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올해 하반기에 진행하는 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양사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경영진 개입 정황 직접 포착"
한화오션은 이날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HD현대중공업의 KDDX 개념설계 유출 등과 관련한 입장 설명회를 열었다. 한화오션은 전날 관련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구승모 사내 변호사가 고발 사유 등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번 군사기밀 사건에 임원 등 경영진이 개입한 정황을 직접 포착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관련 직원들은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어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한 결과 경영진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에 한화오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다며 경찰에 수사 및 처벌을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기자회견까지 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법원과 국방부 등 사정기관에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통해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의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본사가 받은 자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의 탐지·수집·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그 계획 및 실행이 불가능한 자료들이었다"며 "관련 범행이 알려진 이후 HD현대중공업 차원의 사건 은폐 정황이 의심되는 사정도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구 변호사는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국가계약법과 청렴서약 위반 여부 등 두 사안을 판단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중 국가계약법은 5년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청렴 서약은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이 군사 기밀 등 비밀성 자료를 일반 자료와 구분해 저장했다는 점도 문제로 봤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보안의 필요성 등의 문제가 대두됐던 지난 2013년 11월 중순경부터 폴더를 A, B, C로 나누고 폴더 A에는 중앙보안감사 시 공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자료를 저장했다. 반면 B와 C에는 공개할 수 없는 자료를 업로드했다. 특히 군사기밀 등 비밀성 자료는 주로 폴더 C에 보관했다. 이후 보안 감사 시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피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서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계약은 예산 사용이 수반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결재 라인을 상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비인가 서버를 설치할 때는 기본적으로 기무사 현 국군방첩사령부(국군방첩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이 제시한 증거는 또 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한 사실에 대해 상급자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부 피의자가 '맞다'고 대답했다. 또 결산 조서에는 '피의자의 부서장, 중역이 (이러한 행위를) 결제했다'고 적혀있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의 주장 짜맞추기" 반발
HD현대중공업도 이날 자료를 통해 이런 한화오션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HD현대중공업은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 기밀 등 비밀성 자료를 일반 자료와 구분했다는 지적에 대해 기무사의 권고 사항을 준수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시 기무사는 보안 사고가 지속 발생함에 따라 보안 서버 시스템 구축을 방산 업계에 공통으로 권고한 바 있다"며 "한화오션 역시 동일한 보안 서버를 구축했으며, 외부 서버 구축은 기무사 인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화오션에서 주장하는 비인가 서버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본부에 출장을 가서 불법 촬영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군사 Ⅱ급 비밀까지 취급(작성, 열람 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방사청 및 군 관계자들과의 업무 협의에는 수시로 군사 기밀로 된 자료가 활용되고 있는데 출장 과정에서 특정한 자료를 '열람'했다고 기재한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임원이 공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무사와 검찰의 2년 반에 걸친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확정판결을 통해 이미 확정된 사안을 짜맞추기식 주장과 논거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톤(t)급 구축함 6척을 발주하는 7조 8000억원 규모 사업이다. 국내에서 구축함 이상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방산 업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뿐이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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