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양치기 소년' 된 사설구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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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경찰관이 신호를 무시하고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사설구급차를 멈춰 세웠다가 과잉단속 논란이 일었다.
응급환자를 태우지 않은 사설구급차의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가 한 해 약 3000건에 달한다.
일부 사설구급차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지 못하는 건 허술한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1995년 응급환자이송업 규칙을 제정한 이후 구급차 신고제, 용도 외 사용 벌칙 등을 도입하며 사설구급차의 불법행위를 막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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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경찰관이 신호를 무시하고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사설구급차를 멈춰 세웠다가 과잉단속 논란이 일었다. 단속으로 멈춰 세운 차에는 실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왜 사이렌을 켜고 달리는 구급차를 정차시키는 위험을 감수했을까. '응급환자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 의심에는 근거가 있다. 응급환자를 태우지 않은 사설구급차의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가 한 해 약 3000건에 달한다. 시민 생명 보호가 최우선인 경찰조차 사설구급차를 믿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다.
사설구급차에 대한 불신은 지금도 팽배하다. 사이렌 소리에 길을 내줬더니 정체구간이 끝나자 사이렌을 끄는 '얌체 구급차' 경험담이 온라인상에 숱하게 올라온다. 의료진이 동행하지 않거나 의료장비를 구비하지 않은 '깡통 구급차', 구급차 용도 외에 불법으로 운행하는 '택시 구급차' 논란도 꾸준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19구급차와 다른 사설구급차의 외형 특징을 공유하며 "길을 양보해주지 말자"는 말까지 나온다.
일부 사설구급차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지 못하는 건 허술한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1995년 응급환자이송업 규칙을 제정한 이후 구급차 신고제, 용도 외 사용 벌칙 등을 도입하며 사설구급차의 불법행위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적발이 어려운 탓에 운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실정이다. 업체의 자발적 관리도 어렵다. 24년간 사설구급차 업체를 운영해온 한 대표는 "회사가 문제를 일으키는 운전자에게 할 수 있는 건 교육과 타이르는 것뿐인데 모두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사설구급차 제도 개선을 위해 다시 한번 칼을 뽑았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이송요금 상향이라는 당근과 함께 관리·감독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119구급차처럼 운행 기록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늦었지만 이번엔 촘촘한 규제안으로 사설구급차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켜야 한다. 구급차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때 진짜 위급 환자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진영화 사회부 cinem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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