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회적 신뢰의 기초, 투명한 회계

입력 2024. 3. 5. 17:27 수정 2024. 3.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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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의 감사본부는 매년 이맘때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다.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해 외부감사를 받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피감 기업이 모든 기간에 걸쳐 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수임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8년 도입돼 시행 중이다.

과연 그럴까? 회계는 기업의 재무 상황과 경영 성과를 기록해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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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의 감사본부는 매년 이맘때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다.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해 외부감사를 받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상장법인의 감사는 6년간은 자유수임, 이어 3년간은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외부감사인이 담당하는데, 이를 '6+3'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라고 한다. 피감 기업이 모든 기간에 걸쳐 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수임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8년 도입돼 시행 중이다. 최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 재계 일부에서 폐지 내지 완화를 주장하는데, 이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회계라고 하면 많은 사람은 소수 전문가들만의 특수영역으로 이해한다. 회계가 사회적 신뢰,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점은 자주 묵과되고, 회계상 오류가 발생해도 별거 아니라는 오해도 많다. 과연 그럴까? 회계는 기업의 재무 상황과 경영 성과를 기록해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체제다. 중요한 점은 회계 기록이 사실관계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매년 재무제표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한다. 이해관계자는 재무구조와 손익 수준, 배당성향, 현금흐름 등 기업의 경제 능력을 평가해 의사결정한다. 주주는 주식의 보유 또는 처분, 채권은행은 채권의 유지 또는 회수를 결정한다. 과세기관은 세금을 얼마나 매길지 결정하고, 노조는 회사의 지불 능력을 판단해 단체협상에 나선다. 이런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려면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 단위 미시적 의사결정의 총합은 국민 경제의 거시적 자원 배분으로 연결된다.

재무제표 작성은 경영진 책임이다. 이익이 나고 재무구조가 양호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 경영자는 거액의 연봉을 받고 시장 영웅으로 등극한다. '좋은' 회계 정보를 만들고 싶게 하는 유혹들이다. 따라서 독립된 외부 전문가가 재무제표 신뢰성을 검토하고 의견을 내야 한다. 외부감사의 존재 이유다. 독립성은 외부감사의 생명이다. 감사인의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해 감사 품질을 지키자는 것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도입 취지다.

주요 선진국은 피감사 기업의 지배주주나 경영진과 실질적으로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고 전반적 감사 과정을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운영된 과거 자유수임제하에서 분식회계가 발생했다.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 기업의 국제신인도는 하락했다. 이런 배경에서 당국이 일정 기간 감사인을 지정해 외부감사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됐다. 회계 신뢰성을 제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경제 신인도와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제도 시행 후 불과 6년이 지났다. 그간 기업 지배구조가 크게 변화해 지정제를 완화할 수 있는 단계라 보기 어렵다. 충분한 기간 동안 이를 운용한 후 실증자료에 기초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개편 방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투명한 회계가 지키는 사회적 신뢰의 가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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