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개입 정황" vs "짜깁기·왜곡"…한화-HD현대 8조 군함 놓고 '으르렁'

최동현 기자 2024. 3.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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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경찰 수사로 확인해야" 軍신문조서 공개…"사실 땐 KDDX 입찰 자격 재심의"
HD현대중공업 "기무사·검찰 수사와 대법 판결로 '임원 무관' 확정…억지주장 이해 못해"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고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8조 원 가까운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을 앞두고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충돌했다. 'KDDX 군사기밀 유출'로 문제가 된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방위사업청 심사에서 행정지도 처분에 그치면서 KDDX 입찰 참여가 가능해졌다. 이로써 사건의 법적·행정적 절차가 종결되는 상황이었으나 한화오션이 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경찰 고발을 꺼내들었다.

한화오션(042660)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4일) HD현대중공업 임원진이 군사기밀 수집·누설에 관여했는지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한 데 대한 자사 입장을 설명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해군 등으로부터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사건이다. 이들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온 2022년 11월부터 HD현대중공업은 3년간 방사청의 제안서 평가시 1.8점 감점 페널티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방사청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2월 말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했고,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군사기밀 유출이 인정되지만 제척기간 5년이 지났고, 대표나 임원진이 개입한 객관적 사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입찰 배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한화오션은 임원진이 개입·관여한 정황이 명백하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인한 뒤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화오션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2019년 조사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은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해 활용한 것을 상급자들이 다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2018년 다른 조서에선 '피의자, 부서장, 중역(임원)이 (이런 행위를) 결재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구승모 한화오션 변호사는 당시 HD현대중공업이 서버 유지·보수 업체를 고용해 군사기밀이 담긴 비인가 서버를 구축·운용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경영진이나 임원진의 지시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임원의 개입 정황이 명백하다"며 "방사청도 그 부분(임원 개입)이 확인되면 추가적으로 재심의해서 (입찰 배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329180)은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이라고 맞섰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 걸친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Ⅱ급 비밀취급 인가자인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이 방사청 및 군 관계자들과 업무협의를 하면서 특정 자료를 열람하는 일은 통상적이며, 이들 직원이 출장시 출장관리시스템에 이러한 계획과 결과를 등록한 행위를 '군사기밀을 불법취득했다는 출장결과 보고서를 임원이 결재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것이다.

또 외부 서버를 구축한 것은 기무사의 권고를 이행한 것으로, 인가 대상도 아니며 한화오션 역시 동일한 보안 서버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KDDX 사업개념은 2018년에 다시 정립됐기 때문에 유출된 201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자료는 활용할 가치가 없어 설계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양사는 국내 특수선 시장 점유율과 KDDX 입찰 배제 요건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한화오션은 자사 특수선 수주잔량이 3척뿐인 반면 HD현대중공업은 13척에 달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이지스 구축함 2척의 건조만 남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한화오션은 3600톤급 잠수함 3척과 울산급 호위함 2척을 수주해 잔량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 사건에서 임원이 공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무사와 검찰의 2년 반에 걸친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확정 판결을 통해 이미 확정된 사안을 짜맞추기식 주장과 논거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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