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 형을 능가한 동생···인터밀란의 우승, 그리고 세리에A 대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시모네 인자기
형은 1990년대 세계 무대를 호령한 이탈리아 최고의 공격수였다. 반면 동생은 형처럼 공격수였지만,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고 당연히 주목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이 되고난 후 둘의 입장은 역전됐다. 형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동생은 여러번 우승을 경험했고, 이제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주인공은 필리포 인자기를 형으로 두고 있는 인터밀란의 사령탑 시모네 인자기다.
인터밀란은 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2023~2024 세리에A 27라운드 홈 경기에서 크리스티얀 아슬라니의 선제골과 알렉시스 산체스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묶어 제노아를 2-1로 제압했다. 올해 열린 9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선두 인터밀란은 승점 72점이 돼 나폴리에 덜미를 잡힌 2위 유벤투스(승점 57점)와 격차를 15점으로 크게 벌렸다.
현재 세리에A의 잔여 경기가 11경기에 불과해 유벤투스가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밀란은 2위와 격차는 물론 골득실, 다득점 등에서도 세리에A를 제외한 다른 유럽 5대 리그 선두들과 비교해 독보적으로 앞설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여름 에딘 제코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등의 핵심 선수들이 떠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인터밀란을 정상위 위치로 이끄는 것은 인자기 감독의 힘이다.
2016년 라치오의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으로 데뷔한 인자기 감독은 라치오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키는 것은 물론 코파 이탈리아(2018~2019)와 수페르코파(2017·2019)의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승승장구했다.
이런 인자기 감독을 눈여겨본 것이 바로 인터밀란이었다. 인터밀란은 2020~2021시즌 11년 만에 세리에A 우승을 했지만, 재정난 때문에 주요 선수들을 지키지 못했고 우승을 이끈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도 결별했다.
혼란을 수습하고 다시 팀을 재정비해 줄 감독이 필요했던 인터밀란은 인자기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인자기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빠르게 재정비해 인터밀란을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켰고, 지난 시즌에는 결승까지 올려놨다. 여기에 코파 이탈리아(2021~2022, 2022~2023)와 수페르코파(2021, 2022, 2023) 우승을 이끄는 등 인터밀란을 다시 강팀으로 만들어놨다.
2025년 6월로 계약이 끝나는 인자기 감독을 향해 유럽 여러 곳에서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인터밀란의 소유주인 중국 쑤닝그룹은 인자기 감독에게 계속 감독을 맡기고 싶어한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인터밀란이 다시 재정적인 안정을 이룬 가운데 쑤닝그룹은 보다 장기적인 목표 아래 인차기 감독에게 팀을 더 맡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승을 목전에 뒀지만, 인터밀란은 대기록을 위해 쉴 틈이 없다. 인터밀란은 남은 11경기에서 10승1무 이상의 성적을 내면 유벤투스가 2013~2014시즌 세운 세리에A 역대 최다 승점 기록인 102점을 넘어 새 기록을 수립한다. 물론 한 번만 패해도 무산되는 어려운 기록이지만, 인터밀란의 최근 기세를 보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인자기 감독 역시 제노아전이 끝난 후 “아직 11경기, 승점 33점이 남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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