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샘’ 지하수가 사라지고 있다
대수층 12%는 연간 50㎝씩 지하수 고갈
한국도 예외 아냐…“일부 지역은 지하수 회복도”
“지하수 관리 정책 시급”
인류의 물 자원인 지하수가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과 산업 용수로 지하수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람에게 중요한 물 자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고갈이 늦어지는 모습이 포착돼 아직 희망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야세코(Scott Jasechko)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우물에서 수집한 지하수 측정값을 내용으로 한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40개국의 우물 17만 개와 대수층 1700곳의 지하수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수층은 모래와 자갈, 점토 등으로 구성돼 지하수를 머금고 있는 지층을 말한다. 고여있지 않고 계속 흐르는 지하수는 비와 눈, 녹은 얼음이 지하로 스며들어 만들어진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대수층 1700곳 중 71%가 2000년보다 2022년 지하수 수위가 낮았다. 이 중 대수층 36%에서는 지하수가 연간 10㎝씩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조사한 대수층의 12%에서는 지하수 수위가 연간 50㎝ 이상 급격히 낮아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대수층 중 542곳은 2000년 이후 지하수 변화 추세가 1980~1990년대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대수층 542곳 중 30%는 지하수 고갈 속도가 21세기에 들어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북서부 지역과 중동, 칠레 중부 지역에선 지하수 고갈이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하수가 빠르게 사라지는 이유는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변화다. 지하수는 지구상에 필요한 담수 99%를 제공하고 25억 명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필수 물 자원이다. 경작지에서의 농업용수나 음료에 필요한 취수원 외에도 산업용수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지하수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고갈되는 속도가 빨라져 수위가 낮아진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길어지면서 지하수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기도 한다. 앨버트 반다이크(Albert Van Dijk) 호주국립대 교수 수자원과학과 교수팀이 공개한 ‘2023 세계 물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7개국에서 지난해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사이클론 같은 극단적인 강우 현상이 일어났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지중해처럼 건조한 기후 지역에서는 가뭄이 지속됐다.
지하수는 전 세계 담수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물 자원이다. 지하수 고갈의 문제는 자원 부족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수층에서 지하수가 부족하게 되면 바닷물이 침투하거나 지반이 무너지게 된다. 이는 하천의 생태계와 기반 시설이 파괴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하수 고갈이 지구 자전축을 흔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기원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연구팀은 인류가 지하수 2조1500t을 퍼 올려 지구 자전축이 동쪽으로 80㎝ 기울어졌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6월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에 발표했다.
지하수가 사라지는 문제가 다른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도 물이 많은 지역으로 여겨졌던 제주와 경남, 전남을 중심으로 지하수 고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하수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위와 오염도를 조사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야세코 교수 연구팀은 지하수 고갈 속도가 늦춰지는 경우도 발견된다며 미래가 암담하지는 않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지역의 대수층에서는 2000년 이후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줄었다. 사우디 정부가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의 재배를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외에 물 자원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태국과 스페인, 미국 일부 대수층에서는 지하수 감소 속도가 늦춰졌다.
연구팀은 “지하수 감소 속도가 역전된 사례들은 지하수와 지표수 관리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이번 연구는 현실로 인해 지하수 수준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정책 변화와 개입이 지하수 고갈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879-8
Geophysical Research Letter(2023), DOI: https://doi.org/10.1029/2023GL1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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