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제재에 교수들 반발…40개 의대는 '3천401명' 증원 희망
오늘부터 미복귀자에 면허정지 '통보'…레지던트 90%는 환자곁 떠나
대학들 '3천401명 증원' 요청에 증원 추진 힘받을 듯…의대교수들은 반발
환자곁 지키던 '전임의'도 이탈 움직임…환자들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른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고유선 성서호 김수현 김잔디 기자 = 정부가 5일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을 이날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공의들에 대한 무더기 면허정지 처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날 마감한 의대 정원 신청에서 대학들은 작년말 수요조사 때보다 더 많은 증원을 요구해 정부의 증원 추진이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의대교수들은 삭발과 사직 등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 집단행동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그동안 병원을 지키던 전임의(펠로) 이탈도 이어지며 의료 현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오늘부터 면허정지 통지서 발송…'주동세력'은 경찰 고발
정부는 집단사직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를 이날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집단사직을 이끈 '주동세력'에 대해서는 경찰 고발까지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연 뒤 전공의 7천여명에 대한 미복귀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날부터 '3개월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자가 많은 만큼 면허정지 통지는 행정력이 가능한 수준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현재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전공의 7천854명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불이행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전공의들이 실제로 의료현장을 이탈했는지는 직접 현장에서 점검 중이다. 주요 수련병원 100곳 중 50곳에 대해서는 전날 현장점검을 했으며, 이날은 나머지 50곳에 대해 실시하고 있다. 다른 수련병원들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점검을 한다.
복지부는 행정처분에 더해 전공의 집단행동 주동 세력에 대한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사법처리 후 기소돼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고발할지, 대상은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도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중대본 후 브리핑에서 "의사단체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정부는 그간 의사의 반대에 가로막혀 개혁을 이룰 수 없었던 과거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굳어진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할 의료인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조치할 것"이라며 "위법 사항에 대한 행정처분 추진과 더불어 그간 누적돼 온 비정상적인 의료 환경을 정상화하는 의료개혁을 끝까지 흔들림 없이 완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들 의대증원 신청 예상 뛰어넘어…이달 배정작업 완료될 듯
의대 교수들을 포함한 의료계가 정부가 제시한 2천명의 의대 증원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학들의 증원 신청 규모는 오히려 3천명이 훨씬 넘었다.
정부는 전날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이 모두 3천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목표(2천명)는 물론 지난해 수요조사 결과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작년 말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 대학들은 내년도 입시에서 최소 2천151명, 최대 2천847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했었다. 현재 총정원인 3천58명보다도 343명 많다.
비수도권 대학들 사이에서 증원 요구가 특히 많았다. 비수도권 27개 의대가 2천471명의 증원을 신청했는데, 이는 전체 증원 신청 인원의 72.7%에 달한다.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간 의대 증원·신설이 없었던 만큼 "이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대학 본부의 판단이 작용하며 예상보다 큰 폭의 중원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다만 당초 밝혔던 총증원 규모 2천명 범위에서 대학별로 증원을 배분할 계획이다. 서류 검토 후 선정 기준을 정한 다음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대학별 정원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배정 작업은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학장과 의대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정부 발표보다도 더 큰 폭의 의대 증원을 요구하고 나선 만큼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에는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의대뿐 아니라 대학 본부 차원에서도 증원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움직임이 나왔다면 증원 추진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했겠지만, 대학들이 정원을 늘리는데 적극성을 보이면서 증원을 강행하는 데 힘을 받게 됐다.
복지부는 특히 수도권의 대규모 의대보다 지방대학의 증원 희망이 큰 것에 고무됐다.
박민수 차관은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규모는)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직 잇따르고 삭발까지…교수들 반발에 전임의도 이탈 조짐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과 전공의 제재 움직임에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 현장을 떠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이날 이 대학 의대 건물 앞에서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며 삭발식을 열었다.
소폭 증원 혹은 동결이 적합하다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에도 대학 측이 큰 규모의 증원을 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삭발로 항의한 것이다.
충북대병원의 한 심장내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공의들의) 의사 면허를 정지한다는 보건복지부 발표와 현재 정원의 5.1 배를 적어낸 (충북대)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직서 제출을 알렸다.
같은 날에는 경북대병원의 외과교수 1명도 SNS에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사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열린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부분 의대 교수는 학교에서 강의와 병원에서 진료를 동시에 하는 '겸직' 신분인 경우가 많은데, 겸직 해제를 요청해 진료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전공의 사법처리에 반발하는 의미의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행정·사법 처리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전공의들의 복귀는 더딘 편이다. 복지부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4년차 9천970명 중 8천983명이 근무지를 이탈해 이탈률이 90%에 달한다.
그동안 교수들과 함께 의료현장을 지켰던 전임의들의 이탈도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전임의의 '절반' 정도가 떠났다고 밝혔고, 서울대병원은 "절반보다는 적지만 전임의들이 꽤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은 병원에서 환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를 촉구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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