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 성장 재차 도전하는 中… ‘짠물’ 부양에 실현 가능성 물음표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3. 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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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해 GDP 성장률 목표 5% 안팎
재정 적자율은 전년比 낮은 3.0%
과도한 부양 대신 ‘고품질 발전’ 추진
부동산·증시 대책 부족… 시장 실망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5% 안팎’으로 설정했다. 국내총생산(GDP) 재정 적자율은 지난해보다 낮은 3.0%로 책정됐다.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전기차·에너지·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앞세워 안정적인 ‘고품질 발전’을 추진한다는 것이 중국의 계획이다.

중국의 이같은 목표에 대해 세계 경제계는 회의적 시선을 던지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1년 전보다 악화됐음에도 대규모 부양책은 경계하고 있는 데다, 중국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있는 부동산과 회복이 시급한 증시 등에 대한 대책이 언급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중국 경제 운용 방향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기면서 중국 주요 주가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창 중국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회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2차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지난해 이어 ‘5% 안팎’ 목표 제시, 대내외 환경은 악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정기국회 격)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의 정부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5% 안팎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1991년(4.5%)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리 총리는 “(올해) 성장률 목표는 취업 증가와 리스크 예방·해소, 경제 성장 잠재력과 이를 지지하는 조건을 고려했다”고 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 도시 실업률은 5.5%를 내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에 대해 “야심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도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기저효과에 힘입어 5.2% 성장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이같은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는 수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ING 그레이터 차이나의 린 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우호적인 기저효과와 과잉 공급 상태로 남아있는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중국이 5% 성장률에 도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4.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4.7%), 세계은행(WB·4.4%) 등은 모두 4%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그래픽=정서희

한층 도전적 환경에서 5% 안팎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적극적 부양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과도한 돈 풀기에는 선을 그었다. GDP 대비 재정 적자율이 지난해 3.8%보다 0.8%포인트 낮아진 3.0%로 설정된 것이다. 시장 예상치(3.5~3.8%) 역시 밑돌았다. 리 총리는 “우리는 유연하면서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신중한 통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했다. 리 총리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에 의지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당장의 성장보다는 위험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닐 토마스 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거의 고속)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이나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시 주석은 현재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것이 ‘고품질 발전’이라는 장기적 비전 달성을 위해 필요한 단기적 고통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지방정부 부채 역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 규모가 3조9000억위안(약 722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억위안 늘어나긴 했지만, 4조위안대를 내다본 시장의 예상에는 못 미친 것이다. 다만 초장기 특별정부채 1조위안을 발행하기로 해 상황에 따라 긴급수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 대규모 부양책보단 첨단산업 육성해 펀더멘털 강화

중국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고품질 발전’, 즉 펀더멘털 강화를 내세웠다. 이날 리 총리가 언급한 ‘신품질 생산력’이 대표적이다. 신품질 생산력이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다. 리 총리는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첨단 수소 에너지, 신소재, 혁신신약, 바이오제조, 상업용 항공우주, 양자 기술 등 미래 산업을 차례로 언급했다. 이에 맞춰 과학기술 예산 역시 3708억위안(약 69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하던 부동산 관련 파격 대책은 없었다. 리 총리는 부동산 정책을 개선하고 다양한 소유권 형태(국유·민영 등) 부동산 기업에 대한 동일한 기준으로 자금 조달 수요를 충족시키고,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2019년 이후 매년 전인대 업무보고에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住房不炒)’ 등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문구가 등장했지만, 6년 만에 생략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우량 부동산 기업과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화이트 리스트’ 제도를 실시하고,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하향 조정하는 등 부동산 살리기에 나섰지만 효과가 시원치 않아 추가 부양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전인대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됐던 증시안정기금 등 증시 안정화 대책 역시 생략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27차례나 언급됐지만, 자본시장과 관련된 내용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증시가 여전히 극도로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중국의 올해 경제 정책 방향이 시장 기대에 못미치면서 중국 주요 주가지수는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본토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3047.79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0.28% 소폭 올랐지만, 선전성분지수는 0.23% 떨어진 9416.8에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1만6173.09로 무려 2.5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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