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로또 증원’에 대학들 3천명 넘게 써내…배정 초미 관심[취재메타]

입력 2024. 3. 5. 16:02 수정 2024. 3. 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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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너도나도 ‘더 더 더’…40개 의대, ‘3401명’ 신청
충북대 기존 5배 제출…대학들, 배정권 쥔 정부에 ‘바짝’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수요조사가 전날 4일 마감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기존 정원의 2배에 달하거나 그 이상의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원 신청 총 규모는 정부가 앞서 늘리겠다고 밝힌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정부에 증원 신청한 총 규모가 3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의대 학장과 의대생들을 중심으로 증원 반대 또는 소규모 증원을 주문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수요 조사 때보다 월등히 많은 증원 수요가 있었던 것이다. 일부 지방 거점 국립대에선 기존 정원의 5배를 증원해달라고 써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2000명 증원 방안을 확정한 정부가 의대 증원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증원 신청 총 규모 ‘3401명’…정부·교육계도 예상 못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이상섭 기자

5일 정부에 따르면 전국 40개의 의과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3000명 넘게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부에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증원 신청 규모는 앞서 정부가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2000명’ 목표치를 넘어서는 데다, 지난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요 조사 결과 중 최대치를 20% 상회하는 수준이다. 당시 각 의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이번 신청에서 비수도권 대학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도 모두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소재 8개 대학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 565명 등 수도권 13개 대학이 총 930명의 증원을 신청했으며, 비수도권 27개 의대는 247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들은 2~5배에 달하는 증원을 신청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 역시 증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49명 정원의 충북대의 경우 기존 정원의 5배 이상인 250명으로 정원을 확대해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울산대는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으로, 건국대충주는 현재 40명 정원의 3배에 달하는 12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대는 정원 49명에서 140명으로, 대구가톨릭대는 정원 40명에서 8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정원 49명의 동아대도 100명으로, 정원 125명인 부산대도 250명으로 각각 기존 정원의 2배 수준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의대 증원, 대학 위상·지역 의료수요에 긍정적…실보다 득 많아
15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

의대생들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극심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학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예상 밖 대규모 증원을 신청한 배경에는 이번 기회에 증원해야 위기 속 대학의 위상과 지역의 의료수요 등을 한 번에 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방을 중심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비수도권 대학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신입생과 등록금을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또 의대 설치·운영은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기 이전부터 대학의 명예와 위상에 공공연하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지방대 위기론’이 만연한 비수도권 대학에서 의대 운영이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대학 소재지, 수련병원의 규모·위치와 더불어 의대 입학 정원도 대학의 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에, 비수도권 대학들은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실보다 득이 많은 선택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 신청에서 증원 인원의 72.7%를 비수도권 대학들이 요구했다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대학들이 써낸 최소치(2151명)가 ‘현재의 교육역량’만으로 증원할 수 있는 규모였음을 고려하면, 이번 증원 신청 총 규모는 재정 여건이 어려워도 의대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대학들의 의지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비수도권 지역 대학의 경우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역 소멸을 늦추는 데 의대 증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도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규모는)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강력 의지·대학들 “26년만에 온 증원 기회, 이때 아니면 놓친다”
[연합]

대학들이 정부와 교육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증원 신청을 한 배경에는 이번 의대 증원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로 여기는 대학가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입학 정원은 과거 1998년에 마지막으로 늘었다. 이후 3507명을 유지하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의사 파업으로 정부가 의료계 손을 들어면서 감축됐고 2006년부터 19년째 3058명으로 고정돼왔다. 의대 증원·신설은 26년 동안 없었던 만큼 일부 대학들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기존 정원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다지고 있을 때 기회를 놓칠 경우 앞으로 수십 년 간 증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계산과, 신청하지 않았다가 자칫 증원을 신청해 의대 규모를 키우는 다른 대학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또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파격 증원 신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가 각 대학에 증원 신청 접수 공문을 보내자 의료계는 잇따라 성명을 내 대학에 ‘신청 자제’를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교육부가 신청 기한을 연장하거나 추가 신청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러 차례 기한 연장이나 추가 신청은 없다고 못 박았으며, 지난 달 29일에는 40개 대학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재발송했다.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주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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