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N)에게 팔(F)고 튄(T)다" 오명 쓴 NFT 시장, 귀여운 펭귄이 바꿀까[비트코인 A to Z]
2024년 2월 NFT 시장에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퍼지펭귄이 NFT 시장의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지루한 원숭이(BAYC)의 바닥가(컬렉션 중 가장 낮은 가격)를 추월한 것이다.
퍼지펭귄 커뮤니티는 ‘Flappening’(펭귄이 BAYC를 Flip 했다는 뜻)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NFT 시장의 세대교체를 자축했다. BAYC를 출시한 유가랩스의 창업자 또한 “가치가 있는 경쟁자”라는 트윗을 올리며 퍼지펭귄의 성장을 인정했다.
퍼지펭귄은 지난 6개월간 바닥가가 5배 이상 올랐고 현재 21ETH (한화 기준 8400만원) 바닥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NFT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수치이다.
흥미로운 것은 Flappening이 유가랩스가 푸르푸 콜렉티브(문버즈 NFT IP를 보유한 회사) 인수를 발표한 이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문버즈는 한때 블루칩 NFT로 주목받으며 바닥가가 40ETH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ETH까지 폭락하며 사실상 창업자가 사업 의지와 역량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Flappening의 발생 시기를 보면 시장에서는 유가랩스가 문버즈를 인수하고 생태계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악재로 해석한 셈이다. 퍼지펭귄은 유가랩스를 NFT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NFT 시장의 1등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까? 무엇이 퍼지펭귄을 다른 NFT와 차별화시킨 것일까?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다음의 사례들을 보자.
#1 망해 가던 프로젝트를 인수하다
퍼지펭귄은 2021년 7월 대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고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창업자들의 비전은 실현되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사업 성과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했을까. 창업자들은 프로젝트를 운영할 동력을 상실했고 NFT 시장에서 유명한 사람들에 의해 인수 제안을 받는다. 결국 퍼지펭귄 NFT는 2022년 루카 넷츠라는 현 CEO에 의해 인수됐다(당시 가격 기준 250만 달러).
현재 퍼지펭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루카 넷츠는 장난감 사업을 했던 창업자이다. 그는 NFT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IP 브랜드를 키워서 디즈니 같은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2022년 유가랩스를 필두로 한 NFT 시장은 다소 ‘그들만의 리그’인 격이 있었는데 암호화폐를 좋아하는 너디(nerdy·머리는 좋으나 세상물정을 모르는)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펭귄은 귀엽고 대중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에 성별, 나이, 인종, 정치성향 등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IP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루카 넷츠가 이끌던 퍼지펭귄 팀은 암호화폐 시장이 최악이던 2023년 상반기에 자금 조달을 마쳤다. 1kx, 알파논스, 크로노스 리서치, 크릿 벤처스 등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해 새로운 팀의 비전에 힘을 실어줬다.
#2 장난감을 팔다
기존 NFT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코인을 발행해서 제 삼자에게 판매하는 것 외에 실생활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NFT를 민팅해서 판매 수익을 얻거나 가상의 세계관을 만들고 코인을 발행해서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의 NFT 프로젝트가 가진 주된 사업모델이었다.
심지어 NFT 시장의 대장 격이던 유가랩스조차 에이프코인을 만들고 게임, 메타버스 등 여러 가지 세계관을 형성하려 했지만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오죽하면 NFT를 두고 “N 너에게 F 팔고 T 튄다”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퍼지펭귄은 여타 NFT와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바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귀여운 펭귄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고 장난감을 팔아 암호화폐를 모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퍼지펭귄 이미지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퍼지펭귄이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실생활에서 매출을 내는 사업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루카 넷츠는 장난감 사업을 했던 경력을 살려 펭귄을 기반으로 한 장난감을 만들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이미지 덕분인지 펭귄 장난감은 인기를 끌었고 월마트 등의 대형 브랜드를 통해 75만 개 이상의 장난감을 판매하는 쾌거를 이뤘다.
장난감 구매자는 QR코드를 통해 손쉽게 ‘퍼지 월드’로 접속할 수 있고 관련한 NFT를 수령하고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 있다. 퍼지펭귄 팀의 비전은 사용자가 크립토·블록체인인지 전혀 몰라도 되는 상태에서 블록체인을 접하고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쌓는 것이다.
#3 IP 마켓플레이스
2024년 퍼지펭귄 팀은 ‘오버패스’라는 NFT IP 라이선싱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NFT를 보유한 홀더는 해당 NFT를 기반으로 한 IP 수익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IP 대상에 선정될 경우 IP 로열티 수익의 10~20% 정도를 수취할 수 있다. NFT 홀더는 IP 관련 복잡한 법률 계약을 오버패스 플랫폼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웹3 NFT 커뮤니티와 쉽게 협업할 수 있는 기회에 닿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펭귄을 기반으로 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 경우 수익을 공유함과 동시에 웹3 커뮤니티에 노출되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퍼지펭귄과 릴 퍼지만 지원하지만 퍼지펭귄 팀은 오버패스가 지원하는 NFT를 점차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4 에어드랍 맛집으로 자리 잡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에어드랍이 핫하다. 에어드랍이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초기에 사용해서 네트워크 성장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무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뜻한다. 유가랩스의 경우에도 거버넌스 토큰인 에이프코인을 에어드랍 해줬는데 당시 가치로 적게는 2만 달러, 많게는 10만 달러 이상까지 NFT 홀더들에게 보상이 돌아갔다.
현재 기준 퍼지펭귄은 자체 거버넌스 토큰이 없다. 그러나 다른 네트워크에서 퍼지펭귄 커뮤니티의 긍정적인 바이브와 영향력을 높게 사고 에어드랍을 해주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다.
가령 모듈러 블록체인 디멘션은 퍼지펭귄 커뮤니티 대상으로 거버넌스 토큰을 에어드랍 해줬는데, 약 9000달러 정도의 토큰이 퍼지펭귄 NFT 홀더들에게 보상으로 분배되었다. 디멘션 입장에서는 퍼지펭귄 커뮤니티에 에어드랍을 해줌으로써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실시할 수 있고, 퍼지펭귄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에어드랍을 통해 공짜로 돈을 벌 수 있으니 윈-윈이었다.
참고로 디멘션 토큰이 에어드랍 된 이후 퍼지펭귄 커뮤니티는 자체 검증인(스테이킹 밸리데이터)을 조성해서 디멘션 네트워크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기여했는데 이는 무척 흥미로운 사건이다. 왜냐하면 에어드랍을 받고 매도해서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퍼지펭귄 커뮤니티가 네트워크의 성장에 같이 기여하는 파트너라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디멘션 네트워크의 성공적인 사례 덕분에 다양한 블록체인 파트너사들이 퍼지펭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에어드랍을 검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아케이드(NFT 금융), 세컨드 월드(게임)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퍼지펭귄 커뮤니티들 대상으로 에어드랍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퍼지펭귄 팀은 퍼지 월드를 가다듬어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여태껏 게임을 한다고 한 NFT 프로젝트는 많았지만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곳은 없다. 과연 퍼지펭귄은 이번에도 다를까? 기존 NFT 시장의 강자였던 유가랩스는 어떻게 대응할까? 분명한 것은 퍼지펭귄 팀과 커뮤니티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비전을 성과로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이클에서 NFT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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