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안티푸라민', 90살 넘어도 '쌩쌩'한 성장
모든 가정이 구비한 '국민 엄마손' 가정상비약
고객 니즈 반영한 다양한 변화로 성장세 지속…작년 323억 최대 매출 기록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의 최고령 브랜드 '안티푸라민'은 출시 90년이 넘었지만 계속 성장한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안티푸라민은 지난해 332억원(잠정)의 매출을 올려 전년 298억원 대비 11.4% 신장했다. 이는 유한양행 OTC(비처방 의약품) 브랜드 중 최대 규모의 매출 기록이다.
안티푸라민은 지난 1933년 출시된 유한양행 자체 개발 1호 의약품이다. 업계에서는 90년 넘게 유지되는 성장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제약 뿐 아니라 전체 산업계를 통틀어서도 희귀한 사례다.
유한양행은 안티푸라민의 이런 울트라 롱런의 이유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을 꼽고 있다.
1933년 '애민보국'의 정신으로 탄생한 국민 의약품
그 배경에는 유 박사의 부인 호미리 여사가 있었다. 호 여사는 미국에서 동양인 여성 최초로 의사면허를 취득한 재원으로 유 박사와 함께 한국 땅에 들어와 소아과를 운영했다. 호 여사는 가벼운 부상에도 마땅히 사용할 의약품이 없는 현실에서 우리 국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할 것을 건의했고, 유 박사는 의사인 부인의 조력 아래 안티푸라민을 개발하게 됐다.
안티푸라민이라는 브랜드명은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이다. 한마디로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의미다. 유일한 박사가 안티푸라민이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걸 경계해 명확한 제품명을 만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1930년대 신문 광고에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라' 등의 문구를 넣은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안티푸라민 연고의 주성분은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칠 등으로 소염진통, 혈관확장, 가려움증 개선 작용 등을 한다. 또 다량의 바세린 성분도 함유돼 뛰어난 보습 효과도 가진다. 이를 통해 모든 가정에서 구비하고 사용해온 일종의 가정상비약 역할을 해왔다.
중장년 층에게 익숙한 안티푸리민의 모습은 녹색 철제 캔에 간호사가 그려진 모습의 제품이다. 지난 1961년 케이스 디자인을 변경하고. 간호사의 모습을 안티푸라민 케이스에 그려 넣어 가정상비약으로서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됐다. 어린 시절 아픈 배를 어머니가 쓸어주면 아픔이 가라앉던 것처럼, 안티푸라민 역시 온 국민의 '엄마손'으로 아픔을 가라앉혀 줬다.
유산(Heritage)을 넘어 성장동력으로···
안티푸라민은 '신뢰 속의 변화'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유한양행 창립 당시(1926년)는 일제 강점기이자 제약산업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부분 산업의 근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벼운 부상조차 치료가 어렵고 의약품이 아닌 민간요법에 의지하던 시기였다. 유 박사는 '민족의 건강과 인재 양성'을 위해 제약기업 유한양행을 설립한 데 이어 국민의 일상 건강을 위해 안티푸라민을 만들었고 대한민국 진통소염제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됐다.
안티푸라민은 9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유한양행의 유산(heritage)이라 할 만한 제품이다. 하지만 매출 규모는 1990년대 출시한 안티푸라민 에스 로션을 포함해 연간 20~30억원 수준에서 오랫동안 정체를 보여왔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창업자의 정신이 담긴 '과거의 유산'에 머물렀던 것이다.
반전은 2010년에 찾아온다. 정체된 매출을 단단한 지지 소비층으로 인식하는 역발상으로 '안티푸라민 브랜드'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2010년 안티푸라민 브랜드를 살린 파스 제품 '안티푸라민 파프' 등으로 브랜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이후 안티푸라민은 시장에서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며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 소염진통제 브랜드로 성장하게 됐다.
소비자 니즈에 맞춘 끊임없는 변화와 변신
현재 안티푸라민 연고는 사용과 보관의 편리성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트위스트 캡(돌려서 여닫는 뚜껑)의 형태로 변모했다. 지난 1999년에는 로션 타입의 안티푸라민 에스로션을 출시하고 100ml 용기에는 지압봉도 부착해 환부에 약물을 펴 바르면서 마사지도 할 수 있게 차별화했다.
이어 2010년대에 들어서는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5종(안티푸라민파프, 안티푸라민조인트, 안티푸라민허브향, 안티푸라민쿨, 안티푸라민한방 카타플라스마)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까지 선보이며 시장지향적 '안티푸라민 라인업'을 구성해 성장을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동전 모양의 안티푸라민 코인플라스타, 필요한 만큼 손으로 잘라 쓸 수 있는 롤파스를 출시했고, 하이드로겔 제형으로 밀착포 없이 하루 한번 사용 가능한 카타플라스마 제품인 하이드로24, 냉·온찜질 기능을 함께 지닌 안티푸라민 더블파워 , 케토프로펜 성분을 함유해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감소시켜주는 안티푸라민 케토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 안티푸라민은 EPL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를 2019년부터 제품 광고모델로 선정해 젊은 층 등 고객에게 한층 더 다가서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후 안티푸라민 파스 제품은 이른바 '손흥민 파스'라고 불리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안티푸라민은 출시 90년을 맞은 장수 브랜드임에도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티푸라민 매출은 2014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2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244억원, 2022년 29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3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안티푸라민의 자체 최대 매출이자 유한양행의 OTC(비처방의약품) 브랜드 중 최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연매출 100억을 넘어서면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 분류되는 제약업계에서 90년 넘은 올드 브랜드가 3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한 제약업계 마케팅 담당자는 "안티푸라민이 장구한 시간을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속적인 개선과 변화를 바탕으로 효능을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 결과"라며 "나아가 소비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 국민 모두에게 친근한 장수 의약품 대표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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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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