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키즈카페 ‘2시간 2천원’…티켓팅 전쟁 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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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 선생님의 말에 아이 셋이 미끄럼틀을 타며 "우와∼!" 소리를 질렀다.
두 아이 엄마 조윤희(42)씨는 "사설 키즈카페에 주말에 가면 애 2명에 부모까지, 입장료에 간식 먹고 하면 거의 10만원을 쓴다"며 "그마저도 아이들 수십 명이 몰려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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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까지 400곳으로 늘려
“자 한명씩! 한명씩 내려오세요!”
노란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 선생님의 말에 아이 셋이 미끄럼틀을 타며 “우와∼!” 소리를 질렀다. 그물다리를 건너며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부터 트램펄린 위에서 신나게 뛰느라 땀에 흠뻑 젖은 아이까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 제1호 시립 서울형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2022년 5월 종로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서울형 키즈카페’ 예약은 유명 연예인 콘서트 예매 수준으로 치열하다. 이날 키즈카페를 찾은 부모들은 1~2주 전 열린 예약시간에 ‘광클(빠르게 마우스를 누름)’에 성공했거나, 광클 실패 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운좋게’ 자리를 얻은 사람들이다. 4살 아이 엄마 조윤진(36)씨는 “미세먼지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놀이 공간을 찾게 되는데, (예약 전쟁이 너무 치열해) 콘서트 예매하듯 (서울형 키즈카페) 예약을 해야 한다”며 “오늘도 대기 명단에 이름 올렸다가 운좋게 연락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공공 키즈카페를 선호하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고 공간도 여유롭기 때문이다. 보통 한 회차(2시간) 이용요금이 2000∼3000원 수준이고, 회차당 인원도 10~30명으로 제한된다. 두 아이 엄마 조윤희(42)씨는 “사설 키즈카페에 주말에 가면 애 2명에 부모까지, 입장료에 간식 먹고 하면 거의 10만원을 쓴다”며 “그마저도 아이들 수십 명이 몰려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형 키즈카페,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같이 지자체나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어린이 프로그램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쌍둥이 아빠 윤동준(35)씨는 “늘 아이들 놀 곳을 찾아 헤맨다”며 “박물관 어린이 프로그램, 숲 체험,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 등은 주말에 이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운이 좋지 않으면 그냥 사설 키즈카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며 5살·10살 아이를 키우는 황아무개(40)씨는 “공공서비스 예약은 통상 2주 전에 열리는데 출근해서 일하다가 예약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뒤늦게 들어가보면 주말은 이미 죄다 마감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공공 놀이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정님 놀이하는사람들 활동가는 “과거와 달리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기도 어렵고, 골목도 다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어 아이들이 놀 ‘안전한 유휴공간’이 없어졌다”며 “지역·소득에 따른 놀이 공간의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어른들의 경제 격차가 아이들의 놀이 공간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부모들이 쇼핑몰을 찾는 이유도 기저귀 갈이대나 어린이용 변기 등 편의시설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그런 걸 사는 것”이라며, “놀이 자체가 상업화된 시대인 만큼, 공공형 놀이 공간이 더 많이 생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보트 만들어 주세요.’, ‘그네가 있으면 좋겠어요.’… 키즈카페 한쪽 벽에 아이들이 붙인 쪽지에는 더 많은 놀잇거리를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2021년 초록우산이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4478명을 조사한 결과,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 1위는 ‘놀이·문화시설 확대’였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서울형 키즈카페를 130곳으로, 2026년까지 400곳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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