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동업 관계"…영풍-고려아연, 전면전 벌일까?

유희석 기자 2024. 3. 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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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지난달 28일 '영풍 장씨 일가, 큰 그림 그렸나'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이 자료에서 고려아연은 "영풍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 신분을 이용해 주주총회 표 대결을 방관하는 이유는 결국 고려아연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영풍 측을 비판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이자 영풍그룹 지주사인 ㈜영풍은 장씨 집안 지분율이 50%를 넘지만, 최씨 집안 지분도 13%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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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동업 관계인 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각사 제공) 2024.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고려아연은 지난달 28일 '영풍 장씨 일가, 큰 그림 그렸나'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이 자료에서 고려아연은 "영풍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 신분을 이용해 주주총회 표 대결을 방관하는 이유는 결국 고려아연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영풍 측을 비판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해당 자료를 배포한 지 2시간 만에 자료를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려아연 측은 내용 중 일부 오류가 있다는 이유를 둘러댔지만, 업계는 오랜 기간 얽히고 설킨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굳이 영풍과 전면전까지는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실제로 1949년 동업을 시작한 영풍 장씨와 고려아연 최씨 집안은 당장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깊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다.

그룹 내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도 양측이 모두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이자 영풍그룹 지주사인 ㈜영풍은 장씨 집안 지분율이 50%를 넘지만, 최씨 집안 지분도 13% 이상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장 고문과 신경전을 벌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영풍 지분 2.18%를 가진 주요 주주다. 고려아연이 배당을 늘린다면 ㈜영풍을 통해 최씨 일가도 덩달아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부동산 관리 회사인 영풍개발, 유압기 제조회사인 영풍정밀, 고려아연 산하의 비철금속 전문 무역회사인 서린상사 같은 기업에서도 장씨와 최씨 일가는 주요 주주로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모습이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모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영풍빌딩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장씨와 최씨는 공동 창업 이후 70년 넘는 기간 동안 큰 문제 없이 함께 사업을 해왔다"며 "지금도 2세대 명예회장들은 양가 모두 같은 건물에서 사무실을 사용하며 별다른 분쟁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게는 2세대에서 3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달리 경영 분리를 원하는 목소리가 제법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고 지배구조를 팽팽하게 양분하고 있는 두 일가가 완전히 갈라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장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처럼 알토란 같은 배당금을 주는 회사 지분을 매각할 리가 없다. 장씨 일가 입장에선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양측의 불안한 동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 입장에선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32%가 더없이 부담스럽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현대차와 한화, LG화학 등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이에 장 씨 측도 지분 확대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은 배당 금을 더 늘려달라고 나섰고, 최 회장 측이 추진하려는 정관 변경도 표 대결로 반대할 태세다.

현재 최씨와 장씨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3% 대 32%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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