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의 없이 몸 속에 피임 장치 심어”···그린란드인 143명, 덴마크 정부 고소
시술 받은 사실조차 인지 못해”
83억4888만원 손해배상 청구

북유럽 덴마크령 섬 그린란드의 여성들이 “정부가 동의 없이 몸 속에 피임 장치를 심었다”며 덴마크 정부를 고소했다.
KNR 등 그린란드 매체는 4일(현지시각) 그린란드 여성 143명이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4300만덴마크크로네(약 83억4888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여성은 덴마크 정부가 산아 제한정책을 펼치던 1966년부터 1970년까지 자궁에 ‘자궁 내 장치’(IUD)를 넣는 정책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시술에 대해 본인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 건강검진을 명목으로 시술이 진행돼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피해 여성들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었을 때 시술을 받았고, 만 12세에 시술을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자신의 몸 속에 피임기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수십년을 살다가 최근에서야 알게 된 피해자도 있었다.
고소인단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재생산권을 박탈당했을뿐만 아니라 출혈, 복통 등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임 기구를 없앤 이후에도 불임이 되거나, 염증이 생겨 자궁을 들어내야 했다. 플라스틱 뼈대에 구리를 감싼 IUD는 월경 과다, 생리통, 출혈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덴마크 공영방송 DR은 국가 기록을 분석해 피해자 수만 최소 4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사건은 6년 전 한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리며 공론화됐다. 공론화를 주도한 피해 여성 나자 리버스는 KNR과의 인터뷰에서 “내 자궁에 대한 존중과 자존감을 되찾고 싶다”며 “이전부터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덴마크 정부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67명으로 이뤄진 피해자 모임은 덴마크 정부에 진상조사와 보상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나며 피해자가 늘어나 146명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
덴마크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강한 부정도, 긍정도 하고 있지 않다. 소피 뢰데 덴마크 보건부 장관은 “이것은 매우 비극적인 문제”라며 “이 문제를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현재 연구진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독립정부와 함께 2025년 5월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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