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국기문란 바로잡기 위해 현대重 고발"…HD현대 "억지 주장"
한화오션 vs 현대重, KDDX 수주전 앞두고 갈등 격화
[더팩트ㅣ중구=최의종 기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 직원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보고서 등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임원급 인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경찰에 고발했다. '국가 안보'를 바로 세우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총 8조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KDDX 사업의 상세설계 입찰을 앞두고 양사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전날(4일) "KDDX 개념설계 유출 등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해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5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설명회를 열고 상세한 고발 배경을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지난 2012~2015년 여러 차례 방위사업청과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탈취하고 비밀 서버에 올리는 방식으로 유출한 사실이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보안 감사에 적발됐다. 직원 9명이 기소됐고, 지난해 유죄가 확정됐다.
방위사업청은 예규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 1.8점을 부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입찰 과정에 해당 감점이 적용된다. 다만 방사청은 국가계약법과 방사법에 따라 지난달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따진 뒤 '행정지도' 처분했다. 입찰 참가의 길을 열어둔 것을 두고 일각에서 사실상 '면죄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방사청은 대표나 임원이 개입한 정황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5일 방사청 결정에 반박하는 취지는 아니지만, 검찰 수사 기록 등으로 임원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 △군사기밀 유출에 관여한 군인 또는 공무원 군사재판 기록 △군인 또는 공무원의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 수사 기록(1차 수사) △울산지검 수사 기록(2차 수사) 등을 제시하며 임원 개입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에 '비공개 서버'를 운용한 사실이 적혀있는데, 서버 운용 예산 집행에 임원 결재가 필요하기에 개입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버를 A·B·C로 나눠 운용했는데, 보안 감사 시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일부는 가려 감사를 피했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또 군사기밀을 제공한 군 관계자 군사재판 기록을 제시하며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뿐만 아니라 '경영지원정보부'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직원이 KDDX 개념설계 보고서 열람을 희망했으며,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는 정황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역'이 개입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보지원사 특별사법경찰의 현대중공업 직원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습니다.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직원은 "예"라고 답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중역은 임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개입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울산지검 수사 당시 현대중공업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검찰이 '부서장에게 몰래 촬영한 사실을 질책받았는가'라고 물었고, 피의자 신분이던 직원이 "질책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화오션은 "질책받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개입 정황"이라고 했다.
이번 고발은 군 수사기관이 송치하고 민간 검찰이 기소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는 게 한화오션 측의 설명이다.
한화오션은 "임원에 대한 제재를 하지 못하면 조직적이고 암행적인 관행을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한화오션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기문란을 바로 잡고 국가 안보를 세우는 원칙을 정립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법원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 걸친 심도 있는 심의로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기술 개발과 수출 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고발전까지 벌이는 배경을 놓고 특수선 사업이 두 기업 양강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방사청은 올해 하반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구축 입찰을 벌일 예정이다.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진행했다.
보안 감점을 받았지만 입찰 참가 제한은 피한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개념설계 보고서를 포함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받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담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경찰은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사청장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왕 전 청장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한화오션 고발장을 검토해 조만간 사건을 배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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