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의 반걸음 육아10] 이제 곧 봄이야
[교사 김혜인]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낸 가로수를 바라보니 새삼 사계절이 온난한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겨울 육아는 유난히 힘들다.
발달 지연이 있는 아이는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한다. 특히 자연에서 뛰어노는 것은 아이 신체 발달뿐 아니라 정서와 인지에도 좋은 활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춥고 건조한 겨울은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아이처럼 옷 입기를 너무 싫어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옷과 관련해 처음 어려움을 느낀 것은 모자였다. 감각이 예민한 아이는 아무리 매서운 한파에도 절대로 모자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첫돌 이전에는 특정한 종류의 모자에 한해 잠깐 쓸 때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종류의 모자를 거부했다. 정말 많이 추우면 모자를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겨울 바다에서 그 세차고 찬 바닷바람에도 모자를 벗어 던지는 걸 보고 모자 씌우기는 완전히 포기했다.
장갑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신발은 잘 신게 되어 다행이지만 겨울 외투가 문제였다. 아이가 외투를 거부하는 강도는 외투 두께와 비례했다. 두께가 두꺼울수록 더 입기 싫어해서 결국 얇은 점퍼만 겨우 입힌다.
최근에는 실내 상의와 바지를 입히는 것마저도 힘들어졌다. 2주 전부터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혀도 옷을 잡아 뜯으며 불편해한다. 집에서는 얇고 짧고 헐렁한 내복만 입히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는데 밖에 나갈 땐 이것만 입힐 수 없으니 옷 입히기 전쟁이 따로 없다.
아이가 그저 열이 많고 추위를 덜 타서 그런 것이라면 좋으련만, 아이는 옷을 입는 것만큼 추운 것도 싫은 모양이다. 날이 추워진 뒤로는 밖에 나가면 몇 발자국 걸음을 뗀 뒤에 곧바로 안아 달라고 팔을 뻗어 올린다.
지난가을에 아이가 밖에서 신나게 걸어 다니느라 쓰지 않았던 유모차를 다시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 부쩍 잠투정이 심해진 아이를 재울 겸 유모차 산책을 많이 한다. 아이가 긴팔옷과 긴바지를 입으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입고 있던 7부 내복 차림 그대로 태운 뒤 따뜻한 이불을 덮어 준다.
산책길은 재작년 이맘때쯤 내가 임신 막달에 매일 다니던 길이다. 계절이 돌고 돌아 그때의 나를 불러일으킨다. 아이 태명은 꽃님이었다. 출산 예정일이 4월이라 들었을 때, 아이가 태어날 즈음이면 꽃이 만개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태명을 지었다. 산책길에 있는 황량한 나무를 보며 아이와 함께 따뜻한 봄날에 산책하는 모습을 꿈꾸곤 했다. 마치 그때처럼 봄이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아이를 태명으로 불러 본다. 꽃님아, 이제 곧 봄이야.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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