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美 입법’으로 보완할 때다[시평]

2024. 3.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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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트럼프 재집권 현실화 가능성
미 우선주의 매몰돼 예측 불허
동맹 강화 ‘공든 탑’ 허물 우려
나토 탈퇴 방지法이 좋은 선례
한미-한미일 협력 입법화 절실
4월 日총리 訪美를 계기 삼아야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동맹의 위기 봉착 가능성도 나온다. 그의 귀환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하고 기괴한 언행에 기인한 건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에 매몰된 세계관 때문이다. 그는 동맹의 가치를 미국의 국익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2017∼2021)에 동맹의 가치를 폄훼하는 발언을 일삼은 일은 유명하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2018년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동맹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동맹 중 어느 나라가 미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것이냐”며 미국이 동맹의 안전보장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보다 적게 내는 사실에 격노하며 2018년에 탈퇴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탈퇴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모들이 만류하고, 나토 회원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2% 수준의 예산을 지출하는 것으로 잠정 봉합됐다. 이는 권고안(가이드라인)이었으므로 회원국이 갹출해 증액분이 포함된 분담금 총액을 맞추기만 하면 된다.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모순으로 가득했다. 그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가령, 중국 수입품에 관세 60%를 매기겠다며 ‘제2의 무역전쟁’을 시사했다. 동시에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직접 만나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북한 김정은과의 친분도 내세우니 우리로선 ‘패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의 이런 발언에 세계는 진정성과 신빙성을 의심한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그의 대세론이 커지는 만큼 우리도 ‘안보’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우선, 그가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이든 정부가 계승했듯이 트럼프도 이를 이어나갈 것이다. 즉,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강경책이 유지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토의 가치를 존중하는 미국 사회가 최근 마련한 대책을 응용할 수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에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에 대통령이 임의로 나토에서 탈퇴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 조항(Sec.1250a,b)은 미국의 나토 중단, 폐기와 탈퇴 조건을 명시했다. 어떠한 경우에든 상원 의원 3분의 2 동의가 전제되므로 의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조항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대통령이 나토 예산을 무기 삼는 것도 방지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한미동맹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사한 조치가 필요하다.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외교를 통해 우리도 유사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바이든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고, 미 상하원도 11월 대선과 함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나토 탈퇴 방지 법안이 마련됐기 때문에 선례가 만들어졌다. 미 의회의 입법은 선례 법안이 있으면 수월하다. 또한, 한미동맹 관련 이슈와 한미일 3국 협력 플랫폼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제도가 법적 구속력을 갖추면 대통령 개인이 이를 폐기하기가 쉽지 않다. 미 의회의 승인이 전제되는 폐기 조건은 또 다른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한미 간에 지난해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의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미일 3국의 협력 기제도 정례화를 넘어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 한미일 방위비 분담금도 나토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모두 사전에 일본과 협력해야 할 사안이다. 오는 4월 10일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이 예정됐다. 이런 문제를 일본 측과 긴밀히 논의해 공식 의제로 상정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후 우리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지면 동일한 의제를 다시 미국 측에 제기해 관철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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