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 에너지 선언 6개월...미래 향한 날개 단 ‘수소’
두산에너빌리티 연간 1800t 생산
SK E&S·효성중공업도 시장 가세
“스마트폰처럼 온 세상을 바꿀 것”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UN) 총회에서 ‘무탄소(CF) 연합’을 제의했다. 우리나라 지형을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 100%를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 수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수소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궁극적으로 확대해야 할 필수 에너지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수요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본지는 최근 국내 처음으로 가동에 들어간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찾았다.
경남 창원시에 있는 약 6000평 규모의 두산에너빌리티 액화수소 생산공장. 두산에너빌리티가 창원시 등과 협업,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공장은 국내 1호 액화수소 생산시설이다. 2021년 착공 이후 약 3년 만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관련기사 4면
공장 한 켠에 있는 대형 버스보다 큰 규모의 탱크는 5t 규모의 액화수소로 채워져 있었다. 액화수소 5t은 하루 기준 수소차 1000대, 수소버스 2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극저온 상태(영하 235℃)로 냉각해 만들어진 액체수소이다.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 1에 불과해 운반 효율성이 높다. 충전 속도는 기체수소 대비 4배 이상 빠르다. 다양한 장점 덕분에 액화수소는 수소모빌리티 시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이정일 두산에너빌리티 수석(부장)은 “수소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수소자급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창원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공장이 세워졌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은 크게 2단계에 걸쳐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먼저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경남에너지로부터 받은 액화천연가스(LNG)는 수증기 개질 공정(SMR)으로 이동돼 기체수소로 전환된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은 공장 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 시설에 저장된다.
불순물이 걸러진 기체수소는 공장 한가운데에 있는 핵심 설비인 콜드박스로 이동한다. 아파트 7층 높이(약 20m)의 콜드박스는 기체수소 온도를 낮춰 액화수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청정수소를 만들기 위해 콜드박스에서도 또 한 번 불순물이 걸러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콜드박스 설계 기술을 프랑스 에어리퀴드로부터 제공받았다. 이 수석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운전 기술과 일부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콜드박스에서 만들어진 액화수소는 파이프를 통해 저장탱크로 이동된다. LNG가 액화수소로 변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이틀이다. LNG를 개질해서 만든 그레이수소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블루수소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액화수소 공장에 개발이 완료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은 하루 5t, 연간 1800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수석은 “우리나라 액화수소 시장이 아직 초기이고 이제 막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하루 5t은 적정한 생산량”이라며 “향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경우 증설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시와 함께 액화수소 수요처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내 기업들과 운수·여행사들이 운영하는 직원용 통근버스, 시내버스를 수소버스로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수소 공급사인 하이창원은 액화수소 공급처(20개사)와 구매협약을 맺었다.
이 수석은 “액화수소 충전소 유치도 지금 진행하고 있고, 충전소가 들어설 부지는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으로 두산은 수소 활용뿐만 아니라 수소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두산그룹은 다양한 수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액화수소 생산에서 나아가 2027년 목표로 400㎿(메가와트)급 초대형 수소 전소 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진행된 일반수소 입찰 시장에서 전체 물량의 약 80%를 수주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수소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이 수석은 “액화수소는 두산 수소 사업의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현재 수요가 적지만 향후 스마트폰처럼 예상치도 못한 시점에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두산에너빌리티뿐만 아니라 SK E&S, 효성중공업도 액화수소 시장에 뛰어들었다. SK E&S와 효성중공업의 예상 연간 액화수소 생산 규모는 각각 3만t, 1만3000t 수준이다.
SK E&S, 효성중공업 모두 올해 1분기 내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양사 모두 액화수소 인프라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SK E&S는 지난달 27일 현대차, KD운송그룹과 손잡고 수도권에 운영 중인 내연기관 버스를 친환경 수소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KD운송그룹에 수소버스를 적기에 공급하고, SK E&S는 KD운송그룹 차고지에 액화수소 충천소를 6개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전국 30곳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창원=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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