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시계 빨라지나…재계 오너 4세, 주총서 속속 이사진 합류

이성락 2024. 3. 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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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오너가 젊은 기업인 대상 사내이사 선임 이어져
코오롱 이규호·GS 허윤홍, 이사진 합류 후 경영 보폭 넓힐 듯

코오롱가 4세 이규호 부회장이 올해 주총을 통해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진에 합류한다. /코오롱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근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오너가 4세 젊은 기업인들이 다가오는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세대교체 흐름 속 오너가 젊은 기업인들의 이사진 합류는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지주사 ㈜코오롱은 오는 28일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이규호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한다. 또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도 같은 날 주총을 통해 이규호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1984년생인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가(家) 4세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제조 현장 근무부터 시작한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재계는 이규호 부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을 놓고 '오너 4세 경영 승계'를 위한 밑그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사진 합류 이후 그룹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경영 보폭을 본격 확대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주사 사내이사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너 경영 체제를 다시 가동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오롱 오너가가 ㈜코오롱 사내이사진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직책을 내려놓은 이후 약 5년 만이다.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주력 계열사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효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남용희 기자

이규호 부회장은 기업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규호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은 경영 은퇴 당시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1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GS그룹에서도 오너 4세가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영향력을 더욱 확대한다. 주인공은 GS그룹을 이끌다 현재 GS건설 회장직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이다. GS건설은 허윤홍 사장에 대해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비약적인 발전과 기업 가치 제고를 이뤄냈다"며 "장기간의 근무를 통해 회사 내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업무 전반에 대한 경영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GS건설은 오너 4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GS건설 임원으로 선임된 허윤홍 사장은 미래혁신대표를 맡아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최근 허창수 회장의 증여에 따라 보유 지분(3.89%)을 확대하며 개인 2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허윤홍 사장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등과 함께 그룹 차기 총수 후보로도 지속 거론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재계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주총을 기점으로 오너 3~4세 젊은 기업인들이 대거 이사진에 합류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구동휘 LS MnM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사진 합류 후 경영 전면에 나서고, 대외 활동을 늘리며 후계자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사례를 고려했을 때 이규호 부회장과 허윤홍 사장 등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오너가 젊은 기업인들도 주총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기업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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