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두렵지만 홀로서기 중…소녀시대 재결합? 열린 결말"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34)가 영화 '돌핀'으로 첫 스크린 원톱 주연을 꿰차며 힘찬 도약을 알렸다.
유리는 4일 오후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13일 새 영화 '돌핀'으로 오랜만에 충무로에 컴백하는 그는 개봉을 앞둔 심경과 배우로서 활동 제2막을 열어가며 느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유리가 영화에 출연한 건 지난 2013년 서인국, 이종석과 함께한 영화 '노브레싱'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특히 '돌핀'은 유리의 첫 단독 주연 영화여서 관심을 더한다.
'돌핀'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나영(유리)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배두리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그가 각본도 맡았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캐나다 밴쿠버아시아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 중 유리는 지역신문 기자 나영 역할로 분해 한층 물오른 연기력을 뽐냈다. 삶의 낯선 변화와 도전 앞에 당도한 30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것. 실제로 유리 또한 국민 그룹에서 배우로 홀로 서는 과정에 놓인 바. 그는 지난 2007년 소녀시대로 연예계에 데뷔, 2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얼굴 중 한 명이다. 가요계 점령 이후 2017년을 기점으로는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 '더 존: 버텨야 산다' 시리즈,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 '굿잡' 등 다방면에서 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개인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유리는 "드라마 매체로만 인사를 드리다가 상상만 했던 큰 스크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떨린다. 매우 설레고 드디어 뭔가 한 발짝 한 발짝 가고 있구나, 내가 잘 가고 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척 감사하다"라고 가슴 벅찬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단독 주연으로 거듭나며 책임감과 무게감을 드러내기도. 유리는 "처음엔 단독 주연이라는 점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 해봤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왜 포스터에 나 혼자 나와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지가 안 된 상태였으니까. 그저 나영 캐릭터, 대본만 고민했던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고 다 쏟아냈다. 이전엔 이렇게 연기에 집중하는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내가 한 표현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소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무게감을 하나씩 알아가며,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주·조연이 대단하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개봉을 앞둔 심경을 털어놓았다.
'돌핀' 속 나영이 끝내 성장을 암시한 것처럼 유리도 영화를 끝마친 3년 새 한결 성숙해져 돌아왔다. 유리는 "나영이 내적으로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다 한순간에 터뜨리는 인물이라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됐고 이해하기 버거운 부분이 있었다. 뭔가를 하지 않는 상태의 연기는 뭘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계속 물어보며 날 의심했다. 그리고 배두리 감독님, 길해연 선배님이 확신을 주시면서 제 안에서 중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치열한 노력을 전했다.
이어 그는 "3년이 지난 현재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좀 더 공감이 되더라. 촬영 당시엔 헤아리지 못한 나영의 철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해력이 발전한 게 성장이라면 내적인 성장이 아닐까 싶다. 근데 너무 나만 아는 발전이라 참 작고 소소하긴 하다. 외적으론 마을 지킴이 나영을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생활감이 묻어났으면 해서 화장도 다 덜어내고 의상도 입던 걸 반복해서 입었다. 또 촬영지인 충청남도 서천에서 스케줄 있을 때 며칠 빼곤 두 달 가까이 지내며 동화하려 했다"라고 진정성을 엿보게 했다.
그러면서 유리는 "30대 초반에서 나이 들어가면서 제 나이대가 독립하는 타이밍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분리되며 홀로서기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근데 마냥 설레는 줄만 알았는데, 저도 나영처럼 보이지는 않는 곳에선 독립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더라. 왜 나영에게 애정이 갈까 생각했더니 그런 고민이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 나영이 한곳에 머무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저 역시 그럴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SM엔터테인먼트와 (연습생 8년 포함) 20년 넘게 같이 가고 있고, 소녀시대도 그렇고 뭔가 하나를 하면 안정적이게 오래 머무르는 편이다. 시도할 땐 나영과 같이 무섭고 두렵고 서툴고 투박한 면이 있다. 하지만 뭔가 시도해야 새로운 게 오고 도전해야 해낼 수 있는 게 오고, 이런 것에 대한 소망과 바람도 충분히 있다"라고 캐릭터에 깊이 공감했다.

'배우 유리'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최근의 마음가짐은 어떨까. 그는 "매일 같이 바뀌는 게 당황스럽다. 어제는 '인생 뭐 있어' 자신 있게 하다가 오늘은 '인생 뭐 많지, 함부로 그러면 안 돼, 다 망하면 어떡하지?' 그런다(웃음). 힘들 때는 막 걷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소녀시대 멤버들과 생일파티를 하고 그러고 나면 위안이 되고 용기가 생긴다.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하면서 명상을 하고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면, '돌핀'처럼 또 러키(lucky)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또한 유리는 "'도대체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며 정말 많이 고민을 했었다. 생각해 봤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정말 선순환이 된 것 같다. 이게 한 가지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팬들이 계속 찾아주시니까, 관계자분들도 관심을 주시고 그러다 보니 저는 즐겁게 현장에 가고, 즐겁게 임하니 좋은 작품이 나오고 이걸 또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선순환이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정말 감사한 지점이다"라고 곱씹었다.

소녀시대로 바삐 달려온 유리는 숨을 고르고 자신의 속도로 새로운 제2막을 준비 중이다. 그는 "나의 10대와 20대는 '어떻게 이런 빠른 속도였지?' 싶을 정도로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보통의 3배속으로 살았던 거 같다. 되게 좋았던 건 정말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지 못할 만한 걸 아주 좋은 나이대에 압축해서 다 경험했다는 거다. 축복받은,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 반면에 힘들었던 건 나라는 사람은 저 정도 속도를 소화하기 버겁다는 거였다. 감사하지만 큰 인기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제 개인적 성향으론 연습생 생활을 8년이나 했는데도 불구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이었고 그 정도로 신중했다. 그 인기라는 게 너무 크게 느껴지고 빠르다 느껴져 소화가 잘 안됐다. 이제 나이가 들고 나로서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즈음엔 천천히, 온전히 느끼면서 한걸음 한걸음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라고 밝혔다.
유리는 "근데 그 베이스엔 두려움이 있고 겁쟁이 같은 면도 있다는 거다. 어느 날은 빨리 성공하고 싶고, 더 잘 되고 싶고 '나도 1000만 영화 해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웃음).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 역할로서 잘 쓰임을 당하고, 뭐든 차근차근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 걷고 있는 이 스텝이 제 시기, 나이와 어울린다고 본다. 그래서 좀 더 많이 편해졌다"라고 여유를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소녀시대 멤버들과는 17년째 변함없는 우애를 과시, 눈길을 끌었다. 윤아는 '돌핀' VIP 시사회에 참석, 특급 의리를 발휘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유리는 "얼마 전에도 멤버들과 모여 식사를 했다. 밥 먹는데 4시간이 걸리는데 대화하느라 밥을 거의 못 먹는다. 일 얘기의 비중이 거의 80%다. 공감대가 많다 보니 일 얘기를 많이 나누고 그 다음엔 반려견 얘기도 많이 하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고충도 많이 나눈다"라고 '찐' 우정을 자랑했다.
살벌한 경쟁의 연예계에서 이토록 끈끈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유리는 "팬들이 소녀시대의 균형감을 분석해 준 것처럼 우리 멤버들은 정말 하늘에서 짜준 것 같다. 8인 멤버가 혈액형도 2명씩 같고, 나이도 최대 3살 차이로 다 또래이다. 성격적으로 본다면 진짜 다 착하다. 우리끼리도 얘기하면서 웃기긴 했는데 어떻게 애들이 이렇게 순할까 싶다. 거친 파도를 항해해 왔지만 순박하다. 나쁜 마음먹고 질투하고 이런 게 없다. 네가 잘 되는 게 나도 잘 되는 것이고,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이치를 깨달은 것 같다. 그런 걸 아는 친구들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고생을 같이 하고 잘 되는 것도 옆에서 지켜봤다. 개인사도 다 잘 알다 보니까 친구 같고 서로 정말 잘 됐으면 응원하게 된다. 실제로 다들 잘 되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슬슬하고 싶다 생각이 들 때면 다른 멤버가 잘하는 모습으로 그 덕에 나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그런다"라고 애틋함을 표했다.
이러니 소녀시대는 여전히 유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유리는 "저라는 사람과 소녀시대를 떨어트릴 수 없으니 얘기가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생각한다"라며 "부담감을 느낄 시기는 지났고, 지금은 자부심이다. 매우 큰 자부심. 혼자서 외롭거나 초라하다고 느껴질 즈음에 '아 맞다, 나 소녀시대였지'라는 생각이 드니까 정말 든든하다"라고 뿌듯해했다.
어느덧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완전체 컴백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유리는 "우리끼리 완전체 얘기가 종종 나오고 있긴 하지만, 늘 끝맺음은 못하고 끝난다. 정말 열린 결말이다. 심지어는 뮤지컬 '맘마미아' 배우들처럼 그런 재결합을 꿈꾸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이내 그는 "나영이 집에 어느 순간 집착까지 했다고 보는데 저도 소녀시대에게 그러한 시점이 있었다. 정말로 끝까지 지키고 싶은, 애정이 'ing'로 진행 중이다. 다만 권유리로서 제2막을 열며 그 균형감을 찾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기대감, 이런 것들을 충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날 잡 잡아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팬분들에게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 좋은 모습이라는 건 꼭 올곧은 그런 모습이 아니고 가장 나다운 모습인 것 같다. 과거는 과거이고 흘러간 건 마음속에 잘 담아주려 한다. 그때로서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지금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좀 더 발전한 모습, 깊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라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차기작으로 tvN 새 드라마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을 확정한 유리는 "요즘 나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있다. 주변에서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나부터 좀 알라고 하시더라. 나를 아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걸으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많이 생각한다. 틈틈이 액션 스쿨에도 다니고 말 타는 연습도 했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사극이 들어왔었다. 미리 해두면 뭔가 진짜 오더라. 최근엔 쉬는 시간이 생겨 공중 돌기, 옆돌기를 배우고 있었는데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에서 경찰 역할을 제안받았다. 정말 반가웠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하고 있다"라며 준비된 배우의 자세를 갖췄다.
끝으로 유리는 배우로서 목표를 묻는 말에 "신구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 선생님이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시니 정말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게 가능하고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보여주셔서 점점 더 선명하게 꿈꾸게 된다. 세상이 좋아졌으니 해외 진출도 해보고 싶다. 저렇게 큰 영화에 동양인으로, 한국 사람으로 나오면 정말 멋있겠다는 생각에. '오징어 게임'을 보면 아직도 '국뽕'이 벅차오른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서,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못 말리는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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