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올해도 '착륙 없음(No Landing)' 미국 경제, 좋기만 한 게 아니다?

심영구 기자 2024. 3.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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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글 : 김학균 리서치센터장)


지난 2월 27일 미국 실물경제학회(NABE)는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이 2.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놀라운 일이다. 2022년~23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긴축 정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아오른 미국 경제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올려서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긴축은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경기를 적절한 속도로 둔화시켜 물가에 가해지는 압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긴축 정책의 목표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해 0~0.25%였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가 5.25~5.50%까지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긴축이 단행됐던 다른 두 차례 국면과 비교해 보면, 최근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연준은 2004년 6월~2006년 6월 기준금리를 1.0에서 5.25%로 조정했고, 2015년 12월~2018년 12월에는 0~0.25%에서 2.25~2.50%로 금리를 올린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생이 최근 단행됐지만, 미국 경제 성장세는 너무도 견조하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7~1.8% 정도로 추정되는데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됐던 2022년에 1.9%, 2023년에 2.5%(2월 27일 현재 추정치)를 기록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통상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둔화되게 마련이다. 연착륙(soft landing)이냐, 경착륙(hard landing)이냐의 차이가 있을 따름인데, 최근의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착륙 없음(no landing)'이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s) 시행에 따라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투자와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이 미국 경기의 확장을 견인하고 있다. 두 법 시행 이후 미국 밖의 많은 배터리와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이 법들이 작동하는 이유도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에 있으니, 결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미국 경제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2023 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6.4%에 달했다. 엄청난 규모이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2023년(~3분기) GDP 대비 재정적자가 4.0%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돈을 펑펑 쓰고 있으니,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도 긴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100%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금융환경을 긴축적으로 만들고 있다.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경제는 긴축적인 금융 환경을 만들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적 재정지출로 소비와 투자, 고용은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플레이션의 억제 속도는 더딜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는 빨라야 6월, 연간 금리 인하 횟수도 3~4회에 그칠 전망이다. 연초까지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3월 인하를 시작으로, 연 6회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앞선 기대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는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주곤 하는데, 한국 경제도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되면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힘들다. 부동산 PF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타나더라도 한국은행이 상반기 내에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경기 과열에서 촉발되고 있는 긴축적 금융환경은 미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금융 시스템에도 부담을 줄 것이다. 미국에서 취약한 분야는 단연 은행업이다.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면서 작년 실리콘밸리은행, 퍼스트리퍼블릭뱅크 등이 파산한 데 이어, 올해도 부동산 대출 규모가 큰 은행들이 재무적 부실의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장단기 금리 역전 장기화도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은행업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하는 비즈니스다. 요즘처럼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진 상황에서는 은행들의 마진이 심각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반영해서 결정되고,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장기금리는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결정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중앙은행이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자체가 만기가 하루인 초단기 금리이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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