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쉽쥬~’…2대 박주환 TKG태광 갈아탄 비결 ‘태진’
박연차 장남 16살때 20% 1대주주…세 딸 40%
태진→해외생산공장→태광 손쉬운 매출구조
20살 때까지 배당 43억…합병 뒤엔 태광 주주로
‘장수(長壽)’는 기업인의 꿈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자가 삼대(三代)를 못간다’는 말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경영 승계도 중요하지만 지분 대물림은 더욱 허투루 할 수 없다.
세습 준비에 관한 한, 매출 3조원대 중견그룹 TKG(옛 태광실업)의 고(故) 박연차(1945~2020) 창업주는 준비성 철저했다. 후계자의 나이 10대 중반에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 해외 생산공장까지 활용하는 치밀함도 선보였다. ‘㈜태진(泰進)’이 출발이다.
2000년대 초 2세 개인회사 수두룩
TKG의 모체이자 지주격인 TKG태광은 2004년까지만 해도 박 창업주 개인 소유였다. 지분 100%를 오롯이 혼자 보유했다. 반면 당시 TKG에는 2세 소유의 계열사들도 수두룩했다. 즉, 정산개발·태광엠티씨(MTC)와 더불어 창업주가 2대 승계를 위해 준비한 계열사가 ㈜태진이다.
1996년 1월 설립된 토목·건축 공사업체다. 현재 경남 김해시 안동에 위치한 TKG태광 본사 바로 옆에 본점을 뒀던 곳이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 1999년 말 1대주주로 있던 이가 박 창업주의 장남 박주환(41) 현 회장이다. 16살 때다. 지분 20%를 소유했다.
세 딸 몫도 있었다. 박선영(50) 전 TKG태광 대표. 박주영(48) 전 TKG애강 겸 에어로젤코리아 총괄사장, 박소현(46) 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도 각각 14%, 13%, 13%를 보유했다. 2세들이 60%를 손에 쥐고 있었다. 나머지는 박 창업주가 10%, 기타주주 3명이 각각 10%를 가졌다.
다만 ㈜태진은 1999년까지는 대물림용 계열사로 보기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기업 볼륨이나 벌이가 이렇다 할 게 없어서다. 총자산 50억원에 매출이 11억원에 불과했다. 12억원가량의 결손금이 있어 60%(자본금 20억원·자기자본 8억원) 자본잠식 상태였다.
태광, 1999년 ㈜태진에 돌연 청도태광 매각
아니나 다를까, ㈜태진이 2000년대 들어 180도 딴판으로 바뀌었다. 1999년 11월 박 창업주가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챙기기 시작한 무렵이다. 태진종합건설에서 ㈜태진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것도 이 때다.
당연했다. 이듬해 2월 주력사업인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재를 대는 일로 업종을 갈아치웠으니 변신은 시간 문제였다. 게다가 신발사업의 중추 TKG태광 지배 아래 있던 청도태광(1995년 10월)을 돌연 ㈜태진에 넘긴 것도 1999년의 일이다. TKG태광이 베트남 태광비나(1994년 7월)에 이어 2번째로 설립한 해외 신발생산공장이다.
TKG태광의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진 것도 이 즈음이다. 본체는 2002년 3월 신발 제조업을 접었다. 지금의 TKG태광이 나이키로부터 오더를 받은 뒤 해외 생산법인에 주문하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매입해 다시 나이키에 수출하는 일을 주력으로 하는 이유다.
즉, 당시 ㈜태진은 태광비나와 청도태광에 신발 자재를 대고, 이 두 생산공장은 완제품을 만들어 TKG태광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매출을 일으켰다. ㈜태진의 벌이가 좋아지고, 기업가치가 부풀어 오를 것은 뻔했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네 오누이 129억 ‘돈 맛’ 뒤 태광 주주 등장
㈜태진은 2001~2003년(연결) 매출이 적게는 2380억원, 많게는 303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103억~162억원을 벌어들였다. ㈜태진과 자회사 청도태광의 TKG태광과 태광비나 매출 비중이 59%~75%(1520억~1800억원)에 달했던 시기다.
오너 2세들이 ‘돈 맛’을 보지 않았을 리 없다. ㈜태진은 벌어들이는 족족 거의 배당으로 풀었다. ㈜태진의 2000~2003년 배당액이 매년 예외 없이 36억~100억원씩 총 216억원이다. 4년 누적순익(363억원)의 60%다. 1대주주인 박 회장이 20살 때까지 43억원을 챙겼다는 의미다. 세 누이들도 도합 86억원을 가져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박 회장이 지주격인 TKG태광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디딤돌도 ㈜태진이다. 2004~2005년 청도태광에서 대규모 불량제품이 발생해 폐기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이다. ㈜태진이 2004년 3000억원 매출에 37억원 영업적자를 냈던 배경이다.
이유가 뭐가 됐든, 2005년 11월 TKG태광이 ㈜태진을 흡수합병했다. 당시 태광의 합병신주가 전체 발행주식의 30%나 됐다. 박 회장이 지분 4.57%를 확보, 처음으로 주주로 등장했다. 세 딸도 9.13%를 갖게 됐다. 반면 유일(唯一) 주주였던 창업주는 79.46%로 축소됐다.
TKG의 2대 세습 작업의 첫 단추는 이렇듯 창업주의 은밀하고도 치밀한 준비 아래 결과적으로 손쉽게 맞춰졌다. 이를 계기로 승계 작업은 점점 속도를 냈다. 박 회장이 이후 추가 매입 등을 통해 2010년까지 확보한 TKG태광 지분이 9.3%나 됐다. TKG태광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데뷔한 해다.
한데, 박 회장은 이것 말고도 TKG태광 주식이 더 있었다. 골프장 업체 정산개발이 소유한 4.26%다. 도합 13.56%를 자신의 지배 아래 뒀다. 창업주가 후계자를 위해 준비한 2번째 카드가 바로 ‘정산개발’이다. (▶ [거버넌스워치] TKG ③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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