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지는 수년 싸움 끝…이혼부부 전쟁 2R 끝낼 '양육비 선지급제' 온다

오현주 기자 2024. 3. 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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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 여성 자영업자 송 모 씨에게 지난 14년은 투쟁의 시간이었다.

2010년 남편과 이혼한 송 씨는 지난해 5월에서야 1억 원가량 양육비를 모두 받았다.

14년간 양육비를 못 받는 40대 여성 고(44) 씨는 "단기적인 운전면허나 출국금지 제재를 받아내려고 해도 소송 시간이 최소 2년이고, 소송 하나에 3~4년이 걸리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금세 다 커서 어른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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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육비 미지급률 80%…감치명령 거쳐야 제재
이행명령까지 최소 6개월 소요…각 소송 절차 '복잡'
양육비 채무자에게 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는 양육자(독자 제공)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 "'투쟁'하고 살았습니다. 이를 악물어서 입술에 피도 났죠."

40대 후반 여성 자영업자 송 모 씨에게 지난 14년은 투쟁의 시간이었다. 2010년 남편과 이혼한 송 씨는 지난해 5월에서야 1억 원가량 양육비를 모두 받았다. 그중 10년은 전 남편이 해외로 도망간 시간이다. 송 씨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형사 소송을 한 국내 첫 사례다. 송 씨는 "양육비 선지급제와 소송 절차 간소화로 양육에 집중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미지급 문제로 고통받는 한부모 가정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국내 양육비 미지급률은 무려 80%에 달한다.

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선지급제'는 아이를 양육하는 한부모에게 정부가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먼저 주고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추후 청구해 돌려받는 제도다.

여가부가 2015년부터 진행한'한시적 긴급 지원제도'(중위소득 75% 이하에 최대 12개월간 매달 20만 원씩 지급)의 확장판으로, 3월초 민생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선지급제가 필요한 이유는 국내에서 소송으로 양육비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양육비 소송 절차는 복잡하고 장기전이다.

현재 양육비 채무자를 향한 형사처벌·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개인정보 공개는 '감치 명령'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감치 명령'은 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람을 최대 30일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가두는 것을 말한다.

감치 명령까지 오는 것도 어렵다. 감치 명령을 받으려면 '양육비 본안 소송'인 '이행 명령'을 거쳐야 한다.

법원은 접수된 문제가 타당하면 이행 명령을 내리는데, 이 명령을 받는 데도 6개월에서 1년이 넘게 걸린다.

양육자는 이행 명령 후 최소 석 달간 기다려야 감치 명령 신청을 할 수 있다. 14년간 양육비를 못 받는 40대 여성 고 모 씨(44)는 "단기적인 운전면허나 출국금지 제재를 받아내려고 해도 소송 시간이 최소 2년이고, 소송 하나에 3~4년이 걸리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금세 다 커서 어른이 된다"고 말했다.

감치 명령 판결을 피하려는 꼼수도 상당하다. 감치는 사람을 구속하는 조치라 재판 전 이행의무위반 문서, 심문기일 통지서가 사전에 돼야 하는 점을 악용했다. 위장전입을 하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야외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1인 시위를 하는 양육자(독자 제공)

물론 공시송달(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 제도가 적용됐지만, 비양육자가 없는 상태에서 감치 명령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감치명령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집행률은 10%에 불과하다.

구본창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대표도 "채무자들은 변호사와 10분만 상담해도 돈을 작정하고 안 줄 수 있다"며 "법원 소장 무조건 받지 말고, 공시송달로 재판이 열려도 소송을 아예 몰랐다고 하면, 처벌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을 통한 양육비 지급 절차도 오래 걸린다. 양육비 미지급 건을 알린 뒤 처음 답변까지 1년 정도 걸린다. 이행원 내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한부모 가정이 총 154만 가구이지만, 소속 변호사는 6명 수준이다. 접수된 소송 대부분은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위탁되고, 전문성이 이행원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달 이행원의 독립기관 격상 안건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인력 보충 등 추가 인프라가 개선될 전망이다.

잇단 허점에 양육자들은 비양육자를 찾고자 직접 뛸 수밖에 없다. 4년째 소송 중인 김 모 씨(40)는 "계속 회사에 연차를 내고 증거를 찾아야만 한다"며 "사설 탐정을 고용해 (비양육자가) 특정 주소에 사는지 확인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 명의 자녀를 키우는 신 모 씨(44)는 최근 아외에서 1인 시위 캠페인도 열었다. 신 씨는 "4명을 키우는데 월 600만 원 정도 필요하지만, 상대방은 식당과 재산을 부모님 명의로 돌려놓은 채 수입차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며 "양육비가 없다고 운동과 공부를 그만둘 수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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