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 이상의 AGI… 민주주의 위기의 예고[IT 칼럼]

2024. 3.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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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ash Macanaya on Unsplash



2024년은 ‘선거의 슈퍼볼’ 해다.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세계인구 40%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현대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래 가장 많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역사적인 시점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첫해이기도 하다. 특히 메타는 지난 1월 오픈소스 기반의 AGI 개발이라는 위험한 미션을 제시하며 AGI 열풍에 보란 듯 불을 댕겼다. 학습 과정이 진행 중인 오픈소스 AI ‘라마 3(LLaMa 3)’는 그들이 선보이는 AGI의 원형이라며 자랑까지 했다.

2024년은 이런 맥락에서 ‘AI 정치 세대의 첫 등장’을 의미한다. ‘AI 정치 세대’란 선거운동 과정에서 AGI 수준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거나 당락에 영향을 깊게 받은 세대다. 이전에도 몇 차례 딥페이크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선거에 활용된 사례가 있지만, 올해와 비교해선 안 된다. 챗GPT 등장 이후 고도화한 AI가 전면적으로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조성된 첫해이기 때문이다.

이들 AI 정치 세대는 임기 말께 AGI와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기술을 탄복할 만한 무언가로 평가할 것이다. AI로 당선에 도움을 얻었거나, 낙선에 결정적 영향을 받았거나 하며 그것의 위력을 맛본 터이기에 그렇다. 이들이 정무적 활용 가치에 주목한다면 정치적 의사결정에 더 많이 참고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더 가까이 둘 것이다. 어느 용도로 활용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신에게 위임된 대표와 대변의 권한을 AGI에 재위임하는 최악의 결정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AGI에 유독 취약해 보인다. 정량적 입법 성과주의, 이념적 양극화, 갈등 조정 기능 외면 등 속도전과 효율성을 압박하는 정치 환경은 AGI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여의도 래커’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것처럼 이슈만 등장하면 AGI를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논평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을 쉽게 생성해 수일 안에 발의할지도 모른다. 이미 대한민국 국회는 ‘입법 어뷰징’이 난무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속도전 민주주의가 AGI로 더욱 강화되는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

AI 정치 세대는 이 구조적 조건 앞에서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AGI에 의탁하는 수준에 머물진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더 다양한 이익이 대표될 수 있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DNA조차 AGI에 빼앗길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효율화와 성과 최적화를 핵심 가치로 학습하게 될 AGI가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의사결정을 제안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국내의 입법자들은 느리고, 때론 비효율적이며 유약하기만 한 민주주의의 과정을 AGI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어떻게 저항하고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특정 세대의 투표권 배제론이 AGI 능력 이하 시민 배제론으로 확장되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 할 것이다. AI의 정치적 세례에 도취한 뒤 AGI의 유용성을 경험하게 되면 그땐 늦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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