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가 온다] 생산비 ‘1000분의 1′ 온실가스 센서 떴다...한반도 감시망 구축 ‘거뜬’

이종현 기자 2024. 3.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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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연·기상과학연구원·전남대 공동 연구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측정하는 광전 소자 개발
이화여대서 실증…한반도 온실가스 감시망 구상

2023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74억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지난 1일(현지시각) 전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1.1% 늘었다며 중국과 인도의 배출량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바로 인류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IEA가 발표하는 수치는 엄밀하게 말해 실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게 아니라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배출량을 계산한 것이다. 각종 연료의 사용량과 산림면적, 폐기물 매립량 같은 활동자료에 배출계수와 온실가스 별로 지구온난화지수를 곱해서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실시간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할 수도 없고, 실제 배출량과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진정한 탄소 중립 시대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흡수를 늘리는 기술만큼이나 온실가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이 나와야 한다.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협력관에서 전남대와 국립기상과학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한 도심권 온실가스 관측 센서를 점검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남대와 이화여대, 국립기상과학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정부 과제로 진행한 ‘전대기층 온실가스 전량농도 저비용 원격 지표관측 기술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협력관 옥상에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온실가스 센서 9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센서들은 태양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고, 바로 옆에 연결된 노트북에서는 센서가 실시간으로 측정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옥상에서는 연구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었다.

이 장비에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 전량농도의 변화량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가 들어가 있다. 윤창훈 전남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햇빛을 받으면 전기신호를 생성하는 광전효과를 갖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했다.

이 센서에 들어간 광전 소자는 빛의 강도에 따라서 전기 전도도가 달라지고 방출되는 광전자의 수도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매질에 포함되면 소자의 전도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의 검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광전 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윤창훈 교수는 “처음에는 그래핀을 이용해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장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나노튜브로 바꾸게 됐다”며 “지금 개발한 장비는 이산화탄소만 측정할 수 있지만, 앞으로 다른 온실가스도 측정할 수 있도록 개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형 온실가스 IoT 센서 기반 도시권 입체감시 기술 개념도. 저가형 온실가스 센서를 도심 곳곳에 설치해 실시간으로 온실가스의 농도와 움직임을 보여주는 기술이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금도 직접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모니터링하는 장비가 없는 건 아니다. 독일에서 개발된 ‘FTS’라는 장비가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1대당 가격이 10억원에 달하는 데다 연구 목적의 장비라 전 세계 곳곳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기엔 무리다. 국내에도 FTS 두 대가 도입돼 사용되고 있지만, 연간 1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기 때문에 추가 도입은 언감생심이다. ‘FTS’를 축소한 ‘m-FTS’가 개발됐지만 이것도 한 대에 3억원이다.

반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온실가스 측정 센서는 한 대에 10만원 정도면 생산이 가능하다. 가격은 1000분의 1로 낮춘 것이다. 이창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존 FTS보다 성능을 낮추는 대신 비용을 훨씬 낮추는 데 성공했다”며 “시제품을 만드는 데는 대당 30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대량 생산에 나서면 대당 10만원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측정 센서의 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한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지역이 아니라 사실상 국토 전역에 센서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떠다니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만 측정한 결과물은 큰 의미가 없다. 국토 전역에 걸쳐서 온실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실질적인 배출량 확인이 가능한 셈이다.

연구팀은 우선 산업단지나 도시 단위에서 상세한 온실가스 감시 체계를 우선 구축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 전문연구관은 “센서 1대가 반경 1㎞를 측정할 수 있다”며 “광역으로 센서를 설치하면 대기의 흐름에 따라 특정 지역의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기원까지 찾아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온실가스 측정 센서에는 통신 모듈이 탑재돼 있어서 센서끼리 실시간으로 관측 결과를 공유할 수 있고,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올해 9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기상산업전시회에서 서울과 부산, 안면도의 온실가스 센서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한반도 차원에서 온실가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걸 시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협력관에서 국내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한 도심권 온실가스 측정할 수 있는 저비용 관측 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 전문연구관, 윤창훈 전남대 교수, 오영석 국립기상과학원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장./고운호 기자

연구팀은 “기상도를 보면 구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온실가스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저비용 온실가스 측정 센서를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한 건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Carbon(2022), DOI : https://doi.org/10.1016/j.carbon.2022.06.044

Advanced Sensor Research(2023), DOI : https://doi.org/10.1002/adsr.20230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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