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설향 딸기 1만999원" 중국 알리가 한국 과일 파는 이유는
중소 셀러들 알리에 납품 시작
과일·육류·해산물 등 품목 다양
셀러 자체배송으로 기간도 단축
긴장한 국내 유통사들 투자 늘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딸기와 토마토, 꽃등심 같은 신선식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저가 공산품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데 이어 그로서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알리의 공습으로 신선식품 시장에서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홈페이지 및 앱 내에서 국내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는 ‘K-venue(베뉴)’를 통해 최근 과일과 채소·수산물·육류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서 서울 근무 조건으로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한 데 이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알리는 오픈마켓 형식으로 국내 중소 셀러들로부터 해당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고 있다. 판매 제품으로는 딸기·참외·사과 등 과일에서부터 토마토·버섯 및 샐러드용 채소, 꽃등심 등 육류, 굴·멍게·새조개 등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금은 입점 업체 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향후 셀러가 늘면 다루는 품목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알리가 신선식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한국 공략을 위해서는 시장 규모가 크고 반복 구매가 잦은 신선식품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선식품은 구매가 잦으므로 일정 규모의 고객 수를 확보하면 ‘록인’ 효과로 다른 품목 판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알리는 올해를 ‘한국 현지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 아래 신선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주재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알리가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국내 유통 업체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현재 그로서리 시장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건재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시장을 개척한 컬리와 e커머스 최강자 쿠팡은 물론 대다수 유통 기업들이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이렇게 빨리 신선식품 시장에 나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장은 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할인 마트나 쿠팡 등 e커머스 강자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향후 몸집을 키우면 어느 정도로 성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국내 유통 업계의 그로서리(식료품)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당초 신선식품은 알리가 강점을 지닌 공산품과 달라 시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파격적인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워 셀러들을 신속히 모집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다른 유통 업체들도 알리라는 외래종에 대응하기 위해 100% 환불 보장, 콜드체인 확대 등 그로서리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최근 알리에 입점해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한 셀러들은 지역에 기반한 중소 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경상남도 통영에 기반한 주식회사 위플은 최근 알리에 입점해 과일과 채소·육류·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대전에 본사가 있는 크레이브인터내셔널도 알리에서 사과를 선보이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알리 이전에도 11번가·네이버·G마켓 등에서 사업을 이어온 업체다. 박선아 크레이브인터내셔널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른 오픈마켓처럼 알리익스프레스가 셀러 입점을 받기 시작해 지원하게 됐다”며 “향후 우리가 다루는 모든 품목을 알리에 입점시켜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가 예상보다 빨리 신선식품 판매를 개시한 것은 국내에서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하고 입점 업체들에 파격적으로 입점 및 거래 수수료 무료를 제시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앞서 알리는 신선식품 MD를 경력 채용했는데 해당 직원이 현장에 나가 지역에 기반한 중소 그로서리 유통 업체들과 만나면서 입점을 이끌어낸 것이다. 여기에다 알리는 한국산 상품 판매 섹션인 ‘K-venue(베뉴)’ 확장을 위해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e커머스 업체 중 입점 수수료를 안 받는 경우는 있지만 알리는 거래 수수료까지 무료이기 때문에 중소 셀러 입장에서는 입점해서 손해볼 게 없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알리가 입점할 셀러들의 지원을 받는 것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며 “일단은 법인들이 먼저 입점하고 추후 개인사업자들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알리가 중국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가공식품에 특화된 대기업들과 달리 신선식품을 파는 중소 셀러들이 입점을 꺼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커머스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셀러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한 곳에라도 더 입점을 해야 판매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알리는 신선식품 판매의 경우 배송 서비스도 기존 해외 직구 공산품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K-venue’ 입점 업체들은 셀러가 자체 배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2~3일 내 배송이 완료된다. 오래 걸릴 경우 1주일 정도 걸리는 공산품보다 배송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다만 배송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프레시’처럼 새벽 배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향후 알리가 입점 셀러 수를 늘리고 무료 수수료 혜택에 힘입어 제품 가격을 낮추면 느린 배송은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날 기준 알리가 판매하는 ‘논산 설향 딸기 750g’ 제품은 1만999원에 팔리기도 했다. 알리가 시간대별로 특별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이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다른 e커머스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저렴한 가격이다.
알리가 신선식품까지 공습하면서 국내 유통 업체들은 그로서리 투자를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GS샵은 ‘품질 불만족 시 100% 환불’이라는 도전적인 조건으로 신선식품 예약 서비스를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사전 예약을 통해 고객을 유입하고 환불을 보장할 정도로 높은 품질의 그로서리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G마켓 역시 이날 저온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셀러들을 대상으로 콜드체인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콜드체인 플랫폼 업체 ‘팀프레시’와 협업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인데 저온 보관이 필수인 제품을 공급하는 셀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를 비롯한 e커머스 업체들의 그로서리 침투에 오프라인 강자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최근 지난해 취임한 한채양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본업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최근 온·오프라인 고객 반응을 신속하게 취합해 활용하는 이트렌드(e-Trend) 시스템을 오픈했다. 상품 리뷰 등 고객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그로서리 본원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이 외에 롯데마트는 최근 식품과 비식품 매장 비중이 9대1로 식료품에 대폭 집중한 ‘그랑 그로서리’ 은평점을 지난해 말 오픈하는 등 신선식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경운·김남명 기자 clou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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