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차기 사장 선임에 등장한 변수들…포스코 회장은 '순항'중
다가온 주총, 국민연금 선택에 업계 관심
국민연금 결정, 양사 인선에 최대 변수
KT&G와 포스코그룹이 차기 대표 선임 절차의 마지막 관문만 남겨둔 가운데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그간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선임 과정에 잇따라 목소리를 내온 만큼, 이번에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주 안팎으로 다가온 양사의 주주총회는 결국 국민연금의 결정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로 예정된 KT&G 주주총회에서 기업은행이 방경만 사장 후보의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KT&G 이사회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민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달라고 상정했는데 기업은행은 손동환 성균관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업은행은 6년 전인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반대할 때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 방식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는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중립'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불발에 그쳤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업은행(7.11%)에 이어 지분 6.36%를 보유한 KT&G 3대 주주다. 지난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최대주주에서 내려왔는데, 그러면서도 주식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경영권에 별다른 관여없는 단순투자와 달리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친다. 소유분산기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를 명분으로 보다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구현모 당시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자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후 이사회가 원점에서 재공모 절차를 밟아 윤경림 전 사장을 후보에 올렸지만 거듭 반대했고, 결국 경영 공백이 발생한 끝에 현재의 김영섭 대표가 선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터라 국민연금도 여기에 가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최근 행동주의 펀드 FCP가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치열한 표 대결 양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의 선택이 중요한 건 포스코그룹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선을 주도한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KT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KT 사례 때 밝힌 바와 같이 주주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의 차별이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김 이사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달 주주총회에 유영숙·권태균 사외이사의 재선임안이 상정된 상황을 비판했다. 이른바 '호화 해외 출장' 의혹에 연루된 이사들이 별다른 조치 없이 임기를 이어가려는 데에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김 이사장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 포스코그룹에서도 'KT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지만, 재계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김 이사장이 유영숙·권태균 사외이사를 콕 집어 비판하면서도 장인화 후보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이사장이 문제삼은 건 최정우 현 회장의 사외이사진에 국한됐을 뿐 장 후보를 겨냥한 건 아니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지난 16일 한 언론에서 "국민연금이 19일 장 후보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연금은 1시간 만에 "입장 발표와 관련한 기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입장 발표 계획은 없다"고 철저히 선을 그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장인화 후보를 반대하려는 의중이었다면 유영숙·권태균 사외이사 재선임을 비판할 때 그 연장선에서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한 입장도 내비치는 게 자연스럽다"며 "언급을 자제한 자체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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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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