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 지원 ‘걸음마’…정부도 기업도 ‘허둥’

최우리 기자 2024. 3.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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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 파고 앞에 정부의 대응은 미미하거나 소걸음이다.

국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정책을 총괄하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연도별 녹색전환 기업 지원 예산에 대한 한겨레 질의에 "탄소중립 전체 예산에서 녹색전환 관련 기업 지원 예산은 구분한 적이 없다. 현재로선 해당 예산의 총규모는 알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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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정보 등 ‘깜깜이’
2023년 9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녹색전환 파고 앞에 정부의 대응은 미미하거나 소걸음이다. 이는 관련 예산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탓에 녹색 전환 대응 지원 예산의 총규모와 그 수준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기후위기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산업과 일자리에 미칠 파장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나 정부 조직과 체계는 옛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어서다. 정보력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들은 어떤 예산 사업이 도움이 되는지 몰라 허둥댄다.

4일 관계 부처 말을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시비에이엠) 도입국에 수출하는 기업 지원을 위한 사업 예산을 편성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중소기업 시비에이엠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지난달 29일부터 한달간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배정된 예산은 24억원에 그친 탓에 지원 대상 기업도 100여곳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정부는 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제조혁신처 담당자는 “시비에이엠 대상에 본인들의 수출 품목이 해당되는지도 모르는 기업도 많다. 컨설팅이 필요한 기업이 매우 많아 예산은 앞으로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비에이엠 대상 품목은 유럽연합의 시엔(CN) 품목분류코드(8자리) 기준에 따른다. 에이치에스(HS) 코드(10자리)만 아는 수출 기업 또는 수출예정 기업으로선 서로 다른 품목 코드를 연계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원재료 종류와 비율에 따라 한국 코드와 다른 시엔 코드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코드 연계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범위가 뭉뚱그려져 있는 터라 기업들은 어떤 사업이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한 예로 환경부의 예산 사업명은 ‘이에스지(ESG) 컨설팅 사업’(2024년 예산 34억원), 산업부는 ‘이에스지 교육과 사내전문가 육성, 수출기업 공급망 실사 대응력 향상과 컨설팅 사업’(23억8천만원)이다.

정부도 녹색전환 관련 기업 지원 예산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정책을 총괄하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연도별 녹색전환 기업 지원 예산에 대한 한겨레 질의에 “탄소중립 전체 예산에서 녹색전환 관련 기업 지원 예산은 구분한 적이 없다. 현재로선 해당 예산의 총규모는 알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예산 편성 권한이 있는 기획재정부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 사업 체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은 주문을 한다. 맞춤형 컨설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2차전지·반도체·플라스틱 등 각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마다 요구받는 내용과 위험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효과적인 녹색전환 준비와 대응을 위해선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은 “현재 정부 지원 사업을 보면 정부가 규제 환경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인다”며 “철강·자동차·화학 등 산업·업종별로 전문성을 살려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심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영 산업연구원 글로벌산업실장은 “대기업은 피할 수 없는 싸움임을 알고 몇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반면 중소·중견 기업은 인력도 재원도 부족하다. 맞춤형 교육과 인증을 지원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정책이 수립되면 숨은 수요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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