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들, 협력사와 성과급 더 나누고 가족 복지도 늘려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12대88의 사회를 넘자’
[1] 에스크로 계좌로 임금 체불 막고, 협력사 숙박·가족 의료비 지원

10년 이상 이어진 조선업 장기 불황을 겪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거나 영업손실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수주한 일감도 4년 치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지난 2023년 2월 마련된 ‘조선업 상생 협약’을 계기로 500여 곳의 조선업 협력사도 과거보다 이런 성과를 조금이나마 더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협약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①‘에스크로 계좌’ 도입
HD현대중공업은 190개 협력 업체와 협의해 3월부터 조선소에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 1만6500명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서만 월급을 받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그동안 명절 귀향비, 휴가비, 격려금 등만을 이 계좌로 지급했는데, 이를 월급까지 전면 확대한 것이다. 협력사의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한 협력사 대표는 “인건비 지출 규모를 원청이 알게 되는 게 부담이지만 조선업이 투명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또 “지난해 근속 연수별로 협력사 직원들의 성과급도 늘렸다”고 했다. 6년째 이 조선소에서 선실 제작 작업을 하는 협력사 직원 김모(62)씨는 “작년 성과급이 재작년보다 50만원 오른 200만원이 나왔다”고 했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 조선사도 HD현대중공업과 더불어 근로자의 숙련도를 반영해 실질임금을 높이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차츰 늘려가고 있다.
②복지 확대 및 목돈 마련 지원
지난해 HD현대중공업에서는 협력사 직원도 연 최대 4회까지 호텔 등 숙박 시설을 1~2박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복지가 생겨 1219명이 혜택을 봤다. 협력사 1곳당 1명에게만 제공됐던 100만원 한도의 의료비 지원 혜택도 지난해부터 근로자 본인과 가족까지 누구나 신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게 확대됐다. 협력사 직원을 위한 복지 재원인 사내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의 출연금도 지난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렸다. 또 한화오션은 최근 하청 직원들에 대한 식대, 학자금 지원 등을 원청 정규직 수준으로 늘렸다.
조선 3사는 또 근로자가 2년 동안 200만원을 적금처럼 모으면, 정부·지자체·협력 업체가 각 200만원씩을 더 얹어줘 총 800만원의 목돈을 받게 되는 ‘조선업 재직자 희망 공제 사업’도 올해 시작한다. 울산·거제 등에서 약 2만4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③협력사 경쟁력 강화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6일 울산 본사에 협력사 근로자의 기량 향상을 위해 첨단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4대를 도입해 실습이 어려운 도장(塗裝) 작업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은 외국인 근로자나 내국인 미숙련공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④과제
대기업이 협력 업체에 주는 공사비(기성금)를 어떻게 산정할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과제다. 현재 이 돈은 공사 단가에 업무량을 곱하는 방식 등으로 대기업이 결정한다. 기성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상생 협약의 주요 내용이었지만, 아직 대기업과 협력사 사이에 입장 차가 있다.
☞에스크로(Escrow·결제금예치 계좌)
입금은 자유롭지만 사전에 지정된 목적으로만 출금할 수 있는 특수 계좌다. 조선업에서는 원청이 이 계좌에 돈을 넣으면 월급이나 성과급 등 지정된 용도로만 출금하게 돼 있어 임금 체불을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
☞옥쇄(玉碎) 파업
옥쇄는 부서져 옥이 된다는 뜻으로 명예나 충절을 위해 깨끗이 죽는다는 의미다. 노동운동 현장에서는 파업 때 각오를 다진다는 취지를 담아 옥쇄 파업이란 말을 자주 쓴다. 지난 2022년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독 점거 사건 때 한 조합원이 좁은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간 뒤 용접해 출구를 막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가두자 노동계 안팎에서 이 파업을 옥쇄 파업이라 불렀다.
〈특별취재팀〉
▷팀장=정한국 산업부 차장대우
조유미·김윤주 사회정책부 기자
김민기 스포츠부 기자
한예나 경제부 기자, 양승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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