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들, 협력사와 성과급 더 나누고 가족 복지도 늘려

특별취재팀 2024. 3. 5.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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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재단-조선일보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12대88의 사회를 넘자’
[1] 에스크로 계좌로 임금 체불 막고, 협력사 숙박·가족 의료비 지원
2024년 2월 28일 오후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중공업 임직원과 사내협력회사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조선업계는 2022년 파업을 기점으로 '조선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기존 원청 근로자에게만 적용됐던 복지가 하청 근로자에게까지 확대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일고 있다./김동환 기자

10년 이상 이어진 조선업 장기 불황을 겪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거나 영업손실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수주한 일감도 4년 치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지난 2023년 2월 마련된 ‘조선업 상생 협약’을 계기로 500여 곳의 조선업 협력사도 과거보다 이런 성과를 조금이나마 더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협약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에스크로 계좌’ 도입

HD현대중공업은 190개 협력 업체와 협의해 3월부터 조선소에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 1만6500명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서만 월급을 받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그동안 명절 귀향비, 휴가비, 격려금 등만을 이 계좌로 지급했는데, 이를 월급까지 전면 확대한 것이다. 협력사의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한 협력사 대표는 “인건비 지출 규모를 원청이 알게 되는 게 부담이지만 조선업이 투명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또 “지난해 근속 연수별로 협력사 직원들의 성과급도 늘렸다”고 했다. 6년째 이 조선소에서 선실 제작 작업을 하는 협력사 직원 김모(62)씨는 “작년 성과급이 재작년보다 50만원 오른 200만원이 나왔다”고 했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 조선사도 HD현대중공업과 더불어 근로자의 숙련도를 반영해 실질임금을 높이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차츰 늘려가고 있다.

②복지 확대 및 목돈 마련 지원

지난해 HD현대중공업에서는 협력사 직원도 연 최대 4회까지 호텔 등 숙박 시설을 1~2박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복지가 생겨 1219명이 혜택을 봤다. 협력사 1곳당 1명에게만 제공됐던 100만원 한도의 의료비 지원 혜택도 지난해부터 근로자 본인과 가족까지 누구나 신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게 확대됐다. 협력사 직원을 위한 복지 재원인 사내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의 출연금도 지난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렸다. 또 한화오션은 최근 하청 직원들에 대한 식대, 학자금 지원 등을 원청 정규직 수준으로 늘렸다.

조선 3사는 또 근로자가 2년 동안 200만원을 적금처럼 모으면, 정부·지자체·협력 업체가 각 200만원씩을 더 얹어줘 총 800만원의 목돈을 받게 되는 ‘조선업 재직자 희망 공제 사업’도 올해 시작한다. 울산·거제 등에서 약 2만4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③협력사 경쟁력 강화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6일 울산 본사에 협력사 근로자의 기량 향상을 위해 첨단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4대를 도입해 실습이 어려운 도장(塗裝) 작업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은 외국인 근로자나 내국인 미숙련공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④과제

대기업이 협력 업체에 주는 공사비(기성금)를 어떻게 산정할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과제다. 현재 이 돈은 공사 단가에 업무량을 곱하는 방식 등으로 대기업이 결정한다. 기성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상생 협약의 주요 내용이었지만, 아직 대기업과 협력사 사이에 입장 차가 있다.

☞에스크로(Escrow·결제금예치 계좌)

입금은 자유롭지만 사전에 지정된 목적으로만 출금할 수 있는 특수 계좌다. 조선업에서는 원청이 이 계좌에 돈을 넣으면 월급이나 성과급 등 지정된 용도로만 출금하게 돼 있어 임금 체불을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

☞옥쇄(玉碎) 파업

옥쇄는 부서져 옥이 된다는 뜻으로 명예나 충절을 위해 깨끗이 죽는다는 의미다. 노동운동 현장에서는 파업 때 각오를 다진다는 취지를 담아 옥쇄 파업이란 말을 자주 쓴다. 지난 2022년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독 점거 사건 때 한 조합원이 좁은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간 뒤 용접해 출구를 막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가두자 노동계 안팎에서 이 파업을 옥쇄 파업이라 불렀다.

〈특별취재팀〉

▷팀장=정한국 산업부 차장대우

조유미·김윤주 사회정책부 기자

김민기 스포츠부 기자

한예나 경제부 기자, 양승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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