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열풍’ 지식산업센터, 부동산 부실뇌관 됐다
시장침체-고금리 못 견뎌 매물 속출
작년 경매 70% 급증… 올해 더 늘듯
공실률 등 현황조차 몰라 대책 시급
● 지식산업센터, 부동산 부실 뇌관으로
4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는 총 688건으로 전년도(403건)에 비해 7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낙찰률은 28.9%로 전년 대비 16.3%포인트 낮아졌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전년 88.7%에서 지난해 71.2%로 떨어졌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은 늘었는데 찾는 사람은 줄었다는 의미다. 지난달 기준 경매 진행 건수가 199건이고, 경매를 앞둔 물건만 298건이어서 전체 경매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집값 상승기 때 주택 규제가 커지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누적)는 총 1529곳으로 2020년 4월(1167곳) 이후 362곳이 늘었다. 경기 남양주시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2021년 한때 다산신도시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탄 투자자들이 몰려와 매수해 가기도 했다”며 “시행사나 건설사도 분양이 잘되니 대출을 일으켜 신도시에 있는 개발 가능 택지를 경쟁적으로 사들였다”고 했다.
● 공급 과잉… 부실 규모 파악도 안 돼
문제는 금리 상승과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우선 금리 상승으로 지식산업센터 분양 기대 수익률이 떨어졌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지식산업센터 입주가 시작되며 공실 문제도 심각해졌다. 개인소유주는 세입자를 구할 수 없고, 땅을 산 시행사나 건설사는 분양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착공이 지연되며 태영건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을 촉발했던 서울 성수동 현장도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는 사업이었다. 하남 지식산업센터 전문 공인중개사무소는 “미사 강변신도시 쪽에 10개 지식산업센터 부지가 있는데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주택토지공사(LH)로부터 땅을 분양받은 뒤 연체 이자만 내고 있다”고 했다.
부실이 커지고 있는데도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산업단지공단 지식산업센터 시설 현황 외에는 공실률이나 미착공·미분양 현황 등 부실 관련 주요 지표들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공단 통계 역시 지자체에서 단순 취합해 제공하는 것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식산업센터 전용 플랫폼 ‘지식산업센터114’의 조지훈 대표는 “착공과 분양에 들어가지 못한 지식산업센터 현장 중 상당수가 4월 전후로 부도 처리된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며 “건설사·시행사는 물론 개인까지 걸려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명=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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