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딥페이크'의 두 얼굴

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입력 2024. 3. 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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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첫 번째 장면. 배우 조인성이 주식투자를 권유하는 영상을 보고 돈을 맡겼다가 사기를 당한 사건이 보도됐다. 조인성은 "수익금의 일부가 기부되고 있고 감사하다"면서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조인성의 얼굴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딥페이크, 가짜였다.

두 번째 장면.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는 성인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이 등장했다. 주인공 장난감 역할을 맡은 배우 손석구의 아역은 쏙 빼닮은 얼굴 탓에 화제를 몰고 왔다. 궁금증이 이어지자 연출을 맡은 이창희 감독은 딥페이크 기술을 썼다고 밝혔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를 더한 말이다.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을 활용해 누군가의 얼굴을 그대로 덧입히는 합성미디어다. 우리가 말하는 미디어는 대부분 대중미디어다. 대중미디어는 20세기 이후 전성기를 맞이했다. 출판미디어는 책과 신문, 잡지를 찍어냈다. 필름미디어는 사진과 영화를 만들었다. 방송미디어는 라디오와 TV를 송출했다.

대중미디어의 '대중'이라는 말에는 '대량'(mass)이라는 뜻도 있고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popular)는 뜻도 있다. 대중미디어는 많은 사람의 선호를 대량으로 유통함으로써 존재한다. 미디어라는 형식 자체는 본래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살아남으려면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많은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미디어는 나타날 때마다 대중이 좋아하는 내용물을 찾아냈다. 책, 신문, 잡지, 사진, 영화, 라디오, TV 할 것 없이 대중을 추수하는 선정성을 드러냈다. 심지어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반드시 새로운 장르의 포르노가 뒤따랐다. 미디어는 그릇이지만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성격과 가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영상의 한 장르다. 실존하는 인물의 얼굴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그럴싸하게 여기도록 '속이는' 장르다.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말은 딥페이크의 가치를 대놓고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우리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가짜가 좋을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가짜도 아니고 '심층적인 깊이'를 갖춘 가짜니 더욱 그렇다.

문제는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영상이 정작 실제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다. 페이크, 즉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감각은 이를 '리얼'하게 받아들인다. '살인자ㅇ난감'의 감독은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리얼리티를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비슷하게 닮은 아역을 찾기보다 딥페이크로 만든 가짜를 더욱 '리얼'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제 딥페이크 영상은 유명세를 치르는 통과의례가 될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모두 딥페이크 영상으로 만든 가짜 탓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러나 동시에 딥페이크는 영화, 드라마, 미디어아트, 디지털콘텐츠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장르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상상력은 인류를 새로운 심미적, 오락적, 윤리적, 기술적 체험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딥페이크는 '가짜'라는 말을 덧붙인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딥페이크는 휴대폰이라는 이름과 다르지 않다. 휴대폰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보이스피싱으로 속고 속이면서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딥페이크는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게 아니다. 딥페이크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들어 모두를 즐겁고 아름답고 올바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가치를 위해 활용할 것인지, 사회를 그 반대방향으로 끌고가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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