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영끌’, 쏟아지는 부동산 경매 [횡설수설/정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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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고수와 현금 부자들이 모여 있는 경매 시장은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로 통한다.
경매를 찾는 발걸음이 뜸해지면 부동산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며, 반대로 경매 시장이 꿈틀대면 침체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본다.
요즘 경매 시장은 매물은 쌓이는데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줄면서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 1월 전국 법원에 들어온 신규 경매 신청은 1만 건을 넘어서며 월별 통계로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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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형편이고, 한계에 부닥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줄폐업이 이어지다 보니 아파트형 공장이나 상가도 줄줄이 경매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엔 서울 명동 중심거리의 꼬마빌딩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경매로 날리는 ‘영끌족’의 부동산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는 7년 새 가장 많았고, 최근 교통이나 학군 좋은 대단지 아파트도 대거 경매로 쏟아지고 있다. 통상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은행 등 금융회사가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부동산 급등기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영끌족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소득 기반이 취약한데도 과도하게 빚을 낸 20, 30대 영끌족의 충격이 더 크다. 지난해 가계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대로 늘어난 반면 물가 영향을 뺀 이자 비용은 27% 넘게 치솟았다니 예견된 결과라 할 만하다.
▷여기에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의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법원에 강제 매각을 신청하는 강제경매 또한 늘고 있다. 1월 수도권에서 강제경매를 신청한 아파트·오피스텔·빌라는 역대 가장 많았다. 이 중 전세를 끼고 갭투자한 2030세대가 집주인인 매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매로 넘어간 서울 빌라 10채 가운데 1채 정도만이 낙찰되는 수준이어서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아파트부터 상가, 빌라까지 경매 물건이 쌓이지만 수차례 유찰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시중은행이 경매를 신청한 4건 중 1건은 아직 낙찰자를 찾지 못했고, 그나마 매각에 성공한 4건 중 1건도 은행이 돌려받아야 할 금액보다 낙찰가가 낮았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폭탄의 파장이 영끌족의 눈물을 거쳐 금융권 부실로 옮겨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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