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평범한 일 1
2024. 3. 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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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병원에 혼자 있으면 아픈 사람보다 평범한 것에 눈길이 갑니다.
병(病)이 아닌 평범한 것들과 눈을 맞추려고.
병원 구석 작은 정원의 "키 낮은 나무들", 꿋꿋이 버티는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아파 본 사람은 그 어떤 타격도 함부로 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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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윤제
대학 병원에 혼자 있으면 아픈 사람보다 평범한 것에 눈길이 갑니다. 삼십 분에 한 번씩 입구로 들어오는 좌석버스. 더듬더듬 길을 가르쳐주는 늙은 의사. 입원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혼자 로비에서 TV를 보는데, 분명 꼴찌였던 우리 축구팀이 결승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놀라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또 발작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달려왔는데, 그때 골대 안으로 공이 들어갔습니다. 순간 모두 그 광경을 쳐다봤으나, 반칙이었습니다.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를 밟고 지하로 내려왔습니다. 조그맣게 가꿔놓은 정원. 키 낮은 나무들이 에워싼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어떤 시는 나뭇잎이 무게 없는 타격을 당하고 있다 적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병원의 나무들은 뜻 없고 상냥함, 아무것도 아님, 또는…… 따위를 가꾸고 있다 적고 싶습니다. 휠체어를 끌고 가던 사람이 오늘 점심은 뭐야? 물으며 지나갑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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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병원에 가 보면 세상에나,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니, 새삼 놀라게 된다. 아프거나 아픈 사람을 돌보거나. 진료실을 드나드는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서늘하다. 속수무책으로 병에 시달리는 탓이겠지만, 그간의 생활로부터 동떨어져 버렸다는 일종의 고립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플 때 우리가 가장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일상’ 아닐까. 오늘 뭐 먹지?, 우리 팀이 이기면 좋겠다, 같은 평범한 고민. 무탈함이 선사하는 안온.
시 속 ‘나’는 지금 어쩌면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병(病)이 아닌 평범한 것들과 눈을 맞추려고. 병원 구석 작은 정원의 “키 낮은 나무들”, 꿋꿋이 버티는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나뭇잎이 무게 없는 타격을 당하고 있다”는 문장은 얼마나 매섭게 다가왔을지. 타격(打擊) 대신 “뜻 없고 상냥함, 아무것도 아님”을 “가꾸고 있다” 적고 싶다는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파 본 사람은 그 어떤 타격도 함부로 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을 안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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