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 안에 승부하자, 145km 나왔어” 알고 보면 영웅들의 제로맨…50승 에이스 플랜B 시절은 ‘추억 속으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45km까지 나왔다.”
키움 히어로즈 우완 조영건(25)은 한화 이글스 손혁 단장이 이 팀 사령탑 시절 주목했던 ‘영건’이다. 2020시즌 5월 중순, KBO 통산 50승의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자 조영건을 대체 선발투수로 과감히 사용했다. 이때 처음으로 1군의 맛을 봤지만, 사실 준비가 덜 된 투수였다.
당시 조영건은 큰 키킹 동작이 눈에 띄었지만, 구위는 빼어나지 못했다. 변화구도 슬라이더 정도가 주무기였다. 결국 반짝 활약을 펼치다 2군에 내려갔다. 브리검이 돌아온 뒤에도 다른 투수들을 대신해 선발과 중간을 오갔지만, 1군 경험을 쌓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 조영건은 2021시즌 단 1경기에만 등판했고, 서서히 잊혔다. 그러다 2023시즌 막판 6경기서 7⅔이닝 동안 5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승패가 벌어진 상황도 포함됐고, 표본 자체가 많지 않긴 했다. 그러나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조영건은 그 사이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보통 현역을 다녀오면 기량 유지에 애를 먹지만, 조영건은 오히려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지난 2일 타이난 시립야구장에서 열린 퉁이 라이온즈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구원 등판,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했다. 투구수는 24개.
140km대 초반에 불과하던 패스트볼 구속이 145km까지 나왔다. 조영건은 구단을 통해 “연습경기를 하면서 구속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구속에 신경 쓰면서 최대한 세게 던졌다. 다행히 직구가 145km/h까지 나왔고, 평소 이 시기에 나오는 구속을 찾은 것이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분명한 목적이 있다. 조영건은 “3구 안에 승부하자는 것이 경기 플랜이었다. 적극적인 투구를 해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직구와 슬라이더 외 3구종을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해 포크볼과 커브를 더 가다듬고 있는데 현재까지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키움은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와 새 외인 엔마누넬 데 헤수스로 올 시즌 1~2선발을 꾸린다. 사실 이들의 성공도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3~5선발은 무주공산이다. 조영건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구속 향상 외에 포크볼과 커브의 완성도 향상이 또 다른 핵심 과제다.
조영건은 “날씨가 평소보다 쌀쌀했다. 경기 마치고 호텔에 가면 사우나를 해야 되겠다. 다치지 않고 좋는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한다”라고 했다. 9일 개막하는 연습경기서 조영건의 올 시즌 경쟁력을 좀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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