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의대 증원' 신청 봇물…마감 디데이, 2000명 넘길까(종합)
조선대 "125명→170명"…다수 대학 막판 검토
가천대, 의대생 휴학 대응해 3주 추가 개강연기
대학, 의료계와 정부 양측 압박 속 마지막 고심
[세종=뉴시스]성소의 김정현 기자 = 일부 대학들이 의과대학 학생 정원 수요조사 제출 기한인 4일 속속 증원 규모를 공표하고 있다. 알려진 것보다 적극적인 신청 기류가 감지되며 정부 목표인 2000명을 웃돌지 관심이다.
이날 대학가 등에 따르면,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현재 의대 입학생(110명)을 140명 늘려서 250명을 이번에 교육부로 신청하고자 한다"고 했다.
경북대는 지난해 11월 정원을 현재보다 90명 늘려 200명을 가르치겠다고 교육부에 제출한 바 있다. 홍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의대 학장과 교수, 다른 학장들과 회의를 잡아놓고 있다"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반발이 있다"고 했다.
그는 증원 시 학생들을 수용할 강의실과 교원 수가 확보돼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를 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적극 지원해 드리겠다. 걱정 말라"고 화답했다.
광주 조선대도 현재 125명인 의대 정원을 170명으로 45명 늘리는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초 의대 학장들이 요구하던 10%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36%로 늘어난 것이다.
이날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른 대학들도 이날 오후 내부에서 의대 증원 규모 신청을 위한 막판 담판을 이어가고 있다. 의대 정원이 100명을 넘지 않는 한 서울 사립대는 30명 내외 범위 증원을 검토 중이다.
단국대(천안)는 40명인 의대 정원을 80~100명 증원해 120~14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의대에서 정확한 인원을 알려주지 않아 결정되진 않았다"며 "오늘 내로는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는 40명인 의대 정원을 2배 늘리는 방안을 놓고 막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관동대(현재 49명) 측은 "증원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현재 50명 내외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대는 현재 40명 정원에서 60명을 더 늘려 1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증원을 신청한다. 제주대 관계자는 "60명을 더 증원하는 방안으로 신청했다"고 전했다. 강원대도 현재 49명을 91명 증원한 140명으로 늘리겠다고 요구하기로 했다.
동아대는 현재 49명 정원에서 51명을 순증, 총 10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출했다. 동아대 관계자는 "기존 49명에서 51명을 늘려 100명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압박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고 조심스러운 대학들도 있다. 집단휴학에 나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개강연기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원장 출신인 윤동섭 연세대 신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부에)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계속해서 조율 중"이라며 "의대에서 요구하는 대로 증원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할지, 필요한 인원을 신청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규모 의대인 가천대(40명)도 증원을 신청한다. 다만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동맹휴학에 대응해 개강 연기를 3월25일로 3주 추가 연기하기로 했다. 이 대학은 이미 지난달 시작해야 했던 의대 학사일정을 이날로 연기했던 상태였다.
전용순 가천대 의대 학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된 '학부모 서신'에서 "수업 결손 등으로 예견되는 유급 등의 불이익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전 학장은 "학생들이 수업거부나 휴학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설득을 부탁한다"며 "학생들이 수업거부나 휴학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설득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를 보유한 다수 대학들이 현재 의대 정원 대비 2배 이상의 규모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교육부는 이날 자정까지 대학 40곳의 학생 정원 수요조사 공문을 받는다.
박성민 교육부 대변인 겸 기획조정실장은 신청 규모에 대해 "내일(5일) 오전에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 지 늦지 않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수요조사에서 대학들이 목표치인 2000명을 넘는 규모의 증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박 실장은 대학들의 신청 규모가 지난해 11월 각 대학들이 제출했던 수요(2151~2847명)과 유사하다 볼 지 묻자 "비슷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답했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이번이 19년째 3058명으로 묶인 정원을 늘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은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한편 수요조사 제출 마감일인 이날까지도 의대생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의대생들은 학생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성명을 내고 총장에게 정원 제출을 거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날 전국 의대 학생회 SNS 계정을 종합하면,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가톨릭대·건국대(충주)·건양대·경북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경주)·부산대·아주대·영남대·울산대·제주대·차의과대 등 다수 의대 학생회에서 정원 제출을 만류하는 성명서를 냈다.
의대생들의 성명에는 공통적으로 "의대 증원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의대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무리한 추진을 강행하지 말라는 요구도 담겼다.
새 학기가 본격 시작됐지만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규모는 더욱 커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인 3일 오후까지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 전체에서 취합된 의대생 휴학계는 전체 28.7%인 누적 538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연휴 기간에만 331명이 휴학계를 새로 냈다. 의대 1곳에서 단 1명만 휴학계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의대생 누적 휴학생 수는 집계 시점 기준 지난달 26일 4880명, 지난달 27일 4992명, 지난달 28일 5056명, 지난달 29일~3월2일 5385명, 3일 5387명 등으로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기준 수업거부 등이 확인된 대학은 6개교였다.
교육부는 현재까지 대학에서 군 휴학, 병결 등으로 휴학을 승인한 사례는 있지만, '동맹휴학'을 이유로 제출한 휴학계는 단 한 건도 승인한 바 없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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