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 신축' 나선 기업들 발뺀다…"자재 공급망 엎어져"
아시아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들이 미국 공장 건설 계획을 잇따라 취소, 연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건설비가 급등한 데 대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이자 미국 정부의 추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WSJ는 "바이든 행정부는 공장 건축 붐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한 지 1년 반 만에 기업들이 기존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보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핵심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채굴하거나 가공한 경우 전기차 소비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여기에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모두를 북미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갖추면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주어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와 반도체과학법을 전면에 세워 전기차 시장을 방어하고 삼성, TSMC 등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미국에 유치한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반도체과학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들에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로 반도체 기업들에 제공되는 혜택 규모는 향후 10년 간 2800억달러에 달한다.
일본 파나소닉도 오클라호마에 미국 세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WSJ는 파나소닉 내부 소식통을 인용, 캔자스 공장 건설비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자 북미 공장 신축 계획을 미루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메다 히로카즈 파나소닉 CFO는 회사 경영방침에 대해 "건축을 완료한 공장들을 먼저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도 건축비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경우 비용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80억달러 늘어 250억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지난해 3월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대만 TSMC도 비슷한 사정이다. 애리조나 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1공장 양산 개시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2공장 3나노미터 칩 양산 계획도 2026년에서 2027년 이후로 수정했다.
올해 1월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애리조나 2공장 양산 시점 연기를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와 보조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건축에 필요한 숙련공 공급이 모자란 탓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현지업계는 IRA와 반도체법이 자초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두 법률에 따른 혜택을 받기 위해 아시아 기업들이 건축 자재 대부분을 미국 업체에서 수급한 결과, 수요와 함께 자재비가 급등하면서 건축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 WSJ는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간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인해 공장에 필요한 변압기 등 부품 배송에 100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WSJ는 인텔 역시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까지 늦춰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 기업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무역업체 AGCA의 케네스 시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려 한 결과 공급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엎어져버렸다"고 평했다.
반면 기업들이 미국 공장 건축 계획을 연기, 취소하는 것은 보조금 협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정부 보조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민간단체 굿잡퍼스트의 그렉 리로이 사무총장은 "자재비가 오른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정부) 보조금이 비용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은 마치 악어의 눈물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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