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 수면장애 경험 평균의 4~5배"
'아프지만 출근했다' 응답도 60, 70%대
사측 "일부 설문에 기반, 실제보다 과장
화학물질, 엄격한 통제하 안전하게 사용"
삼성전자, 삼성SDI를 포함한 삼성그룹 4개 계열사 노동자 가운데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비율이 10명 중 7명꼴이라는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의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아파도 출근하는 이른바 '프레젠티즘' 경험 비율은 평균의 5~7배, 근골격계 유증상자 비율은 1.5~2.5배 높았다. 노조 등 조사를 진행한 쪽은 삼성이 2020년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했지만 고강도 노동과 산업재해 유발 요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 측은 일부 근로자 설문에 기반한 조사라 직원 건강검진 결과에 비해 부정적 수치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전국금속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 등은 4일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 보건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연구진이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동안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삼성SDI 등 4개사 노동자 1,801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과 위험 유해요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는 수면장애를 경험한 노동자 비율이 삼성전자 65%, 삼성전자서비스 72%, 삼성SDI 77%, 삼성전자판매 68% 등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20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제6차 근로환경조사에서 수면장애 경험 비율이 1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수치로, 제조 생산직 중심의 교대 근무, 높은 노동강도 등이 수면장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단 조사는 5만 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반면, 이번 실태조사는 회사별로 적게는 100여 명, 많아도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1년간 아프지만 일단 출근했다'는 응답 비율은 삼성SDI 64.5%, 삼성전자판매 77.7%, 삼성전자서비스 78.7%로 나타났다. 공단 조사에서는 프레젠티즘 비율이 11%였다. 삼성전자(52.8%)가 그나마 낮았지만, 제조 생산직군만 떼어 보면 64.4%였다. 보고서는 "아플 때도 쉴 수 없는 인력 부족 상황, 병가와 육아휴직 등에 하위고과를 주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계열사는 업무 특성과 맞물려 '근골격계 유증상자' 비율이 높았다. 휴대폰부터 텔레비전, 냉장고까지 각종 전자제품 수리·보수를 맡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93.1%, 전자제품을 유통하는 삼성전자판매 노동자들은 92.5%가 근골격계 증상을 겪었다. 혼자서 무거운 가전제품을 옮기는 행위, 언제든 손님을 맞기 위해 서서 대기하는 근무 형태 등이 신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간공학적 작업 환경 개선뿐 아니라 2인 1조 작업 등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적정인력 충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2차 전지 제조사인 삼성SDI와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대해선 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노동자 설문·면접조사 등을 토대로 "안전보건교육에서 대표적인 화학 물질에 대해 다룰 뿐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구체적 화학 물질과 유해성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성 평가에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발암성·독성물질에 대한 정보를 회사가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 측은 이번 조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면장애 비율을 포함한 노동자 건강 상태 조사에 대해 "직원들을 상대로 한 건강검진 결과와 비교해 많게는 10배가량 수치를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 사용과 관련해서는 "삼성의 휴대폰·배터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국내외 많은 제조 공정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라며 "엄격히 통제된 작업환경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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