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도 의사도 명심해야 할 것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병상을 떠나고, 정부는 면허정지와 사법처리 돌입을 통보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과 간호사, 소속 대학 교수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수술은 지연되고 취소되고 있다.
아픈 자동차를 고치는 정비사를 생각한다. 경쟁 카센터가 생겼다고 파업할 수 없다. 오히려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부품 마진을 줄이고 공임을 아껴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그래야 손님을 빼앗기지 않는다. 비단 정비사만 그러랴.
파업은 노동자의 최후 수단이다. 거대 사용자에 맞서 생계를 걸고 싸우는 다윗의 돌팔매다. 그러나 이러한 파업도 법질서 위에서만 가능하다. 법원은 불법 파업한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과 노조 지도부에 회사에 끼친 손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과거 의료 파업 때 발생한 환자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했는가. 진료 수가를 납부하는 국민 입장에서 진료받을 권리를 빼앗은 힘은 정의로운가.
물론 의사도 노동자이고 자기 권리 침해에 저항해야 한다. 진료를 강제하는 것에 저항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부여한 힘을 생각해야 한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결국 일은 터졌고 또다시 희생은 국민 몫이다. 나는 의사 주장 방식이 파업보다 좀 더 세련되었으면 한다. 강자는 협상을 할 때 실력 행사를 먼저 하지 않는다.
정부는 의협과 충분히 협의했는가. 예측 가능한 혼란에 대비하였는가. 의료인력 확충 방침이 마찰을 빚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주제는 수류탄 안전핀이다. 뽑아 던지면 터지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마지노선을 긋고 사법처리를 말하는 것은 옳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한 TV토론을 봤다. 한 의대생 출연자는 사명감 있는 직업인을 꿈꿨으나 이번 의사 증원 정책으로 박탈감, 회의감을 느낀다고 했다. 쉽게 공감하기 어렵지만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의대에 진학한 것과, 힘든 의학 공부에 대한 반대급부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만든 직업의 계급화인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사회도 책임이 있다. 공대를 나와도 풍족한 대우를 못 받고 문과를 나와 죄송하다는 ‘문송’은 사회 전반에 깔렸다. 내 자식에게 의대 진학을 접고 공대, 문과대를 선택하라고 할 수 있는 부모가 있겠는가.
반복되는 의료계 사태가 또다시 돌아왔다. 의사는 정부를, 정부는 의사를 탓한다.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병원문이 어서 열리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매번 사태를 겪으며 통감한다. 진료라는 허가된 힘이 고귀하고 무섭다는 것을 말이다.
환자는 의사에 기대어 생명을 연장한다. 의사는 거친 병마를 막아서며 흔들리는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이 사실을 정부도, 의사도 명심하면 좋겠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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