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회견 사라진 중국 전인대… 시진핑 권력 집중 더 공고히

이우중 2024. 3. 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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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회’ 본격 돌입
총리 별도회견 2024년부터 안해
대변인 “앞으로 수년간 없을 것”
5일 개막 전인대 업무보고서
리 총리 2024년 성장률 목표치 발표
원고 읽는 수준… 위상 저하 반영
경기부양 위한 확장 재정책 주목
성장목표 5% 내외로 고수 전망
블룸버그 “실제로는 4.6% 예상”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중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4일 개막했다. 특히 양회 한 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시점에 통상 개최됐던 국무원(행정부)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올해부터는 열리지 않아 리창(李强) 총리의 낮아진 위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우친젠(婁勤儉) 전인대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인대 제14기 2차 연례회의가 5일 오전 개막해 11일 오후에 폐막한다”고 밝혔다. 주요 안건은 △정부 업무보고 △국무원 조직법 개정에 관한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안 △전인대 상무위원회 업무보고 등이다.
몸 낮춘 리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4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인대 후 리 총리가 별도의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는다. 러우 대변인은 “모든 안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전인대 이후에는 총리의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앞으로 수년간 전인대 후 총리 기자회견은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환경이 까다로운 중국에서 총리 기자회견은 정치국 상무위원급 인사가 생방송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드문 기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이 한층 더 강화되고, 리 총리의 미약한 존재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이날 정협 개막식에서도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 분위기가 강조됐다. 왕후닝(王?寧) 정협 주석은 “정협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이념)로 삼아 연간 경제·사회 발전 목표 임무를 위해 지혜와 힘을 결집해야 한다”며 “중국공산당의 주장을 사회 각계의 광범한 공동인식과 자각 행동으로 전환해 당 중앙의 결정이 정협에서 전면 관철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리 총리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리는 전인대 개막일인 5일 오전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표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는 수준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故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 AFP연합뉴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오우’(保五·성장률 5% 유지)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각종 경제 우려에도 5.2%의 경제성장을 이뤄내 ‘5.0% 내외’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디플레이션 우려 등 현안이 산적해 올해는 5% 이하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27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조사해 중국의 올해 실제 경제성장률이 약 4.6%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확장 재정 정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재정적자율을 3%대 중반으로 설정해 금리 인하 등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해 정협 회의에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했지만 최근 양국이 관계 안정화와 소통 유지에 합의한 만큼 미국에 대해서는 크게 날을 세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우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관한 질문에 “미국 대선은 미국의 내정으로, 우리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마주 보고 중·미 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오는 5월 취임을 앞둔 대만의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미국 등 각국의 대만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양회에서 새 외교부장 등의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서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외교부장으로 지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류 부장을 새 외교부장으로 발탁한다면 호전적인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쇄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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