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부지가 아깝다”…방치돼 흉물 전락한 폐교들

최혜림 2024. 3. 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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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아이들이 줄면서 문 닫는 학교가 늘고 있죠.

시골 분교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에 있는 학교들도 문을 닫고 있는데, 이 폐교 부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서 흉물로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현장 취재한 최혜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혜림 기자, 방치된 폐교 직접 다녀왔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서울과 경기도의 폐교 3곳을 다녀왔는데, 주변 주민들 모두 흉물스럽다,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6년 전 문을 닫은 서울 은평구의 초등학교인데요.

건물이 오래되고, 창문이 여러 장 깨져있는걸 보실 수 있습니다.

건물 안에는 담배꽁초와 맥주 캔까지 버려져 있었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풍겼습니다.

정문은 곳곳이 녹슬어서 오래 방치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경비실은 비어있고, 행정실에 전화해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만 나왔습니다.

[앵커]

6년이면 적지 않은 시간인데, 왜 활용이 안 된 건가요?

[기자]

학교 부지가 사립재단 소유라 학원 측에서 활용 방안을 내놓고 추진해야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겁니다.

교육청이나 구청에서도 간섭할 수가 없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뜬소문만 무성합니다.

[폐교 인근 주민/음성변조 : "사람들은 뭐 아파트 들어선다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 근데 그게 말로만 그렇지 금방 되겠어요, 그게?"]

노인복지시설처럼 주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꿔 달라는 민원도 있지만, 진행이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주민들 바람대로 다른 시설이 되더라도, 또다시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용도를 찾아 관련 시설을 만들고 운영해도, 결국 다시 방치되는 것인데요.

어떤 사정인지 보실까요.

이 곳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초등학교입니다.

1990년에 문을 닫고 나서 6년 만에 학생 수련원으로 재활용됐는데, 지난해 초 문을 닫으면서 다시 방치되고 있습니다.

주변에 번듯한 캠핑장이 있어서 더욱 대조적입니다.

[폐교 인근 주민 : "옛날에 되게 좋았어요. 여기서 텐트 치고들 (문 닫고는) 그냥 다 이렇게 닫아만 놨었어요. 그러니까 사람 손이 안 갔지."]

안산시와 교육청은 공무원 수련원 등 부지 활용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활용 방안을 찾는 건 바람직한데, 이게 실제로 재활용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고요?

[기자]

부지 활용 시기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의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4~5년씩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는데요.

지난해 초 문을 닫은 서울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가 대표적입니다.

교육청에선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평생학습관과 공영주차장으로 쓰겠단 계획을 세우고 구청과 협의해왔습니다.

그런데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지난해 말 협의가 무산됐습니다.

이제는 서울시와 논의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실제 착공까지는 최소 4년이 걸릴 거라는 게 교육청 측 설명입니다.

그때까진 주민들을 위한 공영주차장과 강아지 산책로로 쓰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미활용 폐교,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지난 50년간 문을 닫은 학교 10곳 중 1곳꼴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폐교 수는 총 3,922곳으로, 4천 곳에 달합니다.

그중 미활용 폐교는 358곳이나 됩니다.

이 중에는 대안학교 등이 임시로 들어와 있는 곳도 있고, 학생 훈련장으로 쓰이는 곳도 일부 있습니다.

보도되고 나서 '우리 동네에도 버려진 학교가 있다, 주차장으로라도 썼으면 좋겠다'는 시청자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유정/서울시 광진구 : "폐교라는 거 알고 왜 저렇게 두지? 약간 그 생각했어요. 부지가 아깝다, 약간 이런 생각..."]

올해 서울시에서만 학교 3곳이 문을 닫는 등 폐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 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앵커]

네, 최혜림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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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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