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화장실 없는 아파트” K-원전에 시급한 ‘문제’인데…국회는 또 외면 [비즈360]

입력 2024. 3. 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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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특별법’ 끝내 폐기될 듯
6년 후 임시 저장조 포화 시작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 중단
원전 수출 차질도 우려
EU 택소노미, 방폐장이 조건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건설 방안을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끝내 국회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자동 폐기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오는 5월 열릴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당장 6년 후인 2030년 임시저장조 포화가 예상되는 되는 만큼 원전 가동 중단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물꼬를 튼 원전 해외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회 및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끝으로 2월 임시국회가 끝났지만 고준위 특별법은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상임위원회 통과조차 실패했다. 여야 지도부는 ‘2+2 협의체’를 통해 해당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큰데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과 쌍특검법 등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통상적으로 여야는 총선 이후 열리는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과 국회 임기 종료 전 마무리해야 할 시급한 민생법안 등을 처리한다. 21대 국회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 가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의 처분·관리하기 위한 법안이다. 21대 국회서 총 3건의 법안이 발의돼 10여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왔으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전용 관리시설(방폐장)이 없어 각 원전 안에 있는 습식저장조에 이를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이른바 ‘화장실 없는 아파트’인 셈이다.

한울원전 모습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문제는 오는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습식저장조가 포화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관리시설을 짓는 데만 최장 37년이 걸리고, 당장 포화에 대비할 중간저장시설을 만드는데도 최소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22대 국회가 새로 꾸려져 재발의 절차를 거치더라도 언제쯤 법안이 통과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향후에 원전 수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가 유럽지역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유럽연합(EU)은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통해 원전을 탄소중립을 실현할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서도 방폐장 건설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여야는 관리시설 건축과 관련해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 목표시점 등을 두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 무엇보다 큰 쟁점은 ‘신규 원전’이다. 야당은 해당 법안이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대하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선언하고 생태계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상임위 소위에서 “지금이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고 원전은 적정선에서 관리하면서 화장실(관리시설)을 짓겠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처리해야지, 사실상 원전을 무한정 늘리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표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2년 단위로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당초 1월 중 초안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5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극적 타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하던가 여야 지도부 간에 의견이 좁혀지던가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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