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푸르른 솔아’ 외치는 송영길…“내일모레 창당, 불구속 재판 부탁한다”
4일 뇌물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정치활동 할 수 있게 불구속 재판 부탁” 호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1980년대 대표 민중가요 ‘솔아 푸르른 솔아’ 가사 일부를 포함해 ‘소나무당’ 중앙당 창당을 알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옥중 메시지’가 최근 그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송 전 대표의 연세대 입학 몇 년 후인 1986년 당시 같은 학교 학생이던 가수 안치환이 노래 동아리 선배의 투옥을 보며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이듬해 연대 총학생회 선거 유세장에서 처음 불린 후 민중가요 수용자에게 널리 퍼졌다. 힙합가수 MC 스나이퍼가 리메이크해 앨범에 수록한 곡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송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정치검찰해체당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글에서 송 전 대표는 “창살 아래 갇힌 송영길이 살아서 만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옥중에서 만드는 정당”으로 ‘소나무당’을 표현했다. 오는 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릴 중앙당 창당대회에는 송 전 대표와 뜻을 모아 ‘정치 검찰 해체’를 외치는 이들이 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 창당대회 공지 이미지에는 ‘제2의 독립운동이 시작된다’는 문구도 적혔다. 윤석열 정권의 조기 퇴진을 위한 움직임을 독립운동에 비유한 것으로 읽힌다. 이 글에는 ‘송영길의 신당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 ‘소나무당도 적극 지지한다’ 등 누리꾼 600여명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기소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재판부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돈 봉투 살포 의혹과 자신은 관련없다며 송 전 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가운데, 송 전 대표 측은 최근 보도자료에서 ‘민주나 혁신만으로는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정치검찰해체당에서 한 차례 변경한 당명 ‘민주혁신당’을 다시 ‘소나무당’으로 바꾼 이유를 알렸다. 소나무당의 ‘소나무’가 송 전 대표를 연상시키고 다른 당명과의 차별점이 뚜렷하다면서다.
송 전 대표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20여분간 자신의 무죄를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소나무당 창당이라는 ‘정치활동’과 자신의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불구속 재판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의 보석 청구 심문기일은 소나무당 창당 대회 날짜와 같은 6일이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사건 발생에 대해선 저의 정치적 책임이 있어 송구하다”면서도 “법률적으로는 관여한 바 없고 전혀 모르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좌관은 국회의원과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차기 의원을 꿈꾸는 예비 정치인으로서 공동 지분을 갖는 벤처기업이나 파트너십의 의미가 있다”며 “법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공모가 인정 안 됐고, 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손준성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집 한 채 없이 청렴하게 정치활동을 했는데 4000만원에 양심을 팔아먹는다는 것은 저를 모욕하고 보복하는 행위로 공소권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당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에 대해서는 “공익의 대표자인 대한민국 검찰은 객관 의무를 저버린 정치 검사이기 때문에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기관에서만큼은 소상하게 입장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도 같이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그 사건 수사는 안 하고 이게 무슨 큰 사건이라고 저를 집중 공격하느냐”며 “막시무스(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등장인물)에게 단도를 찔러놓고 싸우자는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구치소에서) 매일 밤 108배를 하면서 이 안타까움을 호소할 시간을 기다려왔다”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내일모레 정당(소나무당)을 창당하게 되는데, 정치활동과 (재판)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불구속 재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진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송 전 대표의 공개 자리 등장은 지난해 12월18일 영장심사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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