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 상병 사망 수사 중에 줄줄이 중용·공천되는 ‘의혹 인사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주호주 대사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 전 장관은 윤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으로, 보통 때라면 호주 대사가 과분한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관련자라는 점을 떠올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이 사건 후 석연치 않은 처신으로 비판받다가 국방장관직에서 경질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런 점에서 부적절한 인사다.
지난해 7월19일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 상병 사건으로 책임을 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신속하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간부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했지만, 이첩 문서를 결재했던 이 전 장관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순직 사건이 항명 사건으로 둔갑했다. 이 전 장관의 태도 변화에는 뒤늦게 이 사건을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전 장관은 당시 박 대령에게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고 이첩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군검찰 수사기록에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에게 이 사건 처리 방향과 관련해 보고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국방부가 윤 대통령에게 채 상병 유족들 동향 관련 보고를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전 장관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 대부분이 중용되거나 최소한 책임을 면했다. 당시 보고 선상에 있었던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로 공천됐다. 채 상병 사망에 책임이 있는 임성근 사단장은 계급을 유지한 채 정책 연수를 떠났다.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 진상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도리어 이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려고 했던 박 대령만 항명죄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채 상병 유족, 생존 해병대원들, 박 대령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 등의 책임을 묻지 않은 건 정의의 원칙에 반한다. ‘수사 외압’ 의혹 인사들의 잇단 중용으로 이 사건의 진상 규명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본다. 특검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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