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LG엔솔·삼성SDI·SK온 배터리 3사, 연구개발 투자 대폭 늘려야"

박한나 2024. 3.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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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
업 삼은지 31년 된 1세대 배터리 연구자… 업계에 쓴소리
中 CATL 매출 5% 이상 투자… 韓 기업은 2~5%에 그쳐
기업간 인력 순환 안돼… 산업기술보호법 제도 개선 시급
박철완(53·사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가 4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박철완(53·사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가 4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는 뜻이죠. 국내 배터리 3사는 후발주자인데도 연구개발(R&D) 투자부터 너무 적습니다."

박철완(53·사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의 쓴소리다. 그는 배터리를 업으로 삼은 지 올해로 31년이 된 1세대 배터리 연구자로, 국내 배터리 업계를 향해 '중국의 배터리 기술력을 우습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고언을 마다하지 않는 교수로 정평이 나있다.

박 교수는 "R&D 투자가 전부 다 비용이고, R&D에 투자한다는 것이 영업이익을 훼손한다는 의미여서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중국 CATL은 세계 1위 기업인데도 현재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는데다 투자 금액 자체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런데 3위, 5위, 7위인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의 R&D 비용은 매출의 2~5%밖에 안 되고, 이마저도 사실상 늘어나는 추세가 아니라 줄어들기도 한다"며 "국내 3사의 R&D 금액을 다 합쳐도 CATL 한 곳이 쏟아붓는 R&D 투자비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앞서 골든 타임 때는 영업이익의 숫자를 맞추려고 하다 보니 결국 내실을 포기했으며,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문제는 지금 전기차 산업이 주춤한 상황이라 투자금액을 대폭 늘리고 싶어도 못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R&D 투자를 적어도 지금의 3배는 늘려야 한다"며 "현재 CATL 수준으로 R&D 투자금액을 올려봤자 부족하다"고 했다. 또 "중국 기업을 양적인 면에서도 따라 가기 힘든데 질적인 부분까지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현재의 배터리 시장이 기초 원료인 핵심 광물부터 생태계, 차세대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삼원계(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활용해 생산하는 양극재)의 핵심 원료부터 중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양극활물질조차 국산화가 아직 안됐으며, 도요타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에 다시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내년 이후부터는 지름을 46mm, 길이를 80mm로 확대한 고용량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잘 만든 회사가 기술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 지금은 한국과 중국,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내가 최고'라고 하지만 곧 기술력이 가려지는 때가 온다. R&D 투자의 결과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680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회사는 10개 이상이다. 완성차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높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4680의 배터리의 개발과 양산에 뛰어들었으며, 테슬라, 파나소닉, CATL, BYD, EVE에너지 등도 개발 중이다.

박 교수는 "내년부터는 배터리 기업들이 4680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절대적 비교 대상이 없어 제품 자체의 비교가 어려웠지만 4680 시제품이 돌아다니면 각 회사 제품의 장단점이 분석되면서 에너지 밀도, 과충전 등 절대적인 비교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어느 회사의 기술력이 뛰어난지 질적 비교가 이뤄지면서 소위 '국뽕'에 취한 정신 승리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며 "이미 어느 회사의 원통형 배터리는 과충전에 약하다는 논문도 나왔는데 민낯이 드러나기 전에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국내 배터리 업계의 현실을 여과없이 비판하는 것은 배터리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어서다.

1993년 서울대 공과대학의 공업화학과(현 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에서 군용 리튬 이차전지 개발로 배터리 연구를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지만, 배터리는 '맨땅에 헤딩'하듯 연구를 해나가면서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단어가 됐다.

그는 "박사 과정때 실험하다가 흑연과 실리콘 옥사이드의 블렌딩을 시도했는데 기존 이론값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며 "학위 후 일본 요청으로 초청받아 연구결과를 소개했고, 현재 일본에서 상용화된 기술이 됐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 산업 전환분과 민간위원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기업 전환 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배터리 업계의 발전을 위해 쓴소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산업기술보호법의 제도 개선을 꼽았다.

그는 "외국 출신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핵심 기술을 개발한 사례들이 있어 생계형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적에 무관하게 선순환이 중요하다"며 "특정 파트만 맡고 있는 이들 때문에 산업이 흔들린다면 그 산업은 의미가 없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유출의 진정한 문제는 생계형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라 국내 배터리 기업 고위 임원들이 국외 업체로 나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위 임원들은 접근 가능한 정보 레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하는데 정작 이런 점들은 허술히 취급되며 최근 입법 방향도 엇박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국내는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인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인력 순환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3사끼리의 이직이 힘들다보니 현대자동차나 기아 등이 배터리 전문인력 이직의 최대 수혜자"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산업부는 산업기술 육성과 보호 중에서 육성 중심으로 맡으면 되고, 국가정보원이 산업기술보호법으로 고위 임원급들을 보호, 관리해야 한다"며 "고위 임원을 했던 인사들이 해외로 나가면 국내 실무자들을 대거 뽑아가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지 생계형 외국인 근로자들을 막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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